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로 그 아이 Sep 24. 2024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피아노가 없었던 아이는

귀동냥으로 배운 곡을

친구 집에서 쳐보곤 했다


처음 완주한 '떴다 떴다 비행기'

조금 더 날아올라

'고향의 봄'이 되었다


그랬던 어느 날 우연히

담장 너머로 들려온 피아노 소리는

아이를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 아름다운 선율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였다

오가며 그 집 담장에 기대어

그 곡이 다시 울리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학교 오르간으로 조금씩 흉내내 보았다

높은 산을 오르듯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디뎌 보았다

중턱까지는 그런대로 올라갔지만

가파른 지형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다


성인이 되던 해

그녀에게도 피아노가 생겼다

기쁜 맘으로 제일 먼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의 악보를 구입했다

악보를 볼 줄 몰랐기에

음표 하나에 건반 하나를 짚어 가며

지팡이로 발밑을 더듬어 산을 오르듯이

조심조심 건반을 디디 등반했다


그녀에겐 안나푸르나 산 같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온몸으로 흙바람을 막으며,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쳤다


암벽에서 막히고

빙벽에서 미끄러지며

수없는 실족과 좌절을 맛보던 그녀는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자신이 처음 들었던 그 곡을 듣게 되었다


그녀 생애 가장 높은 산,

안나푸르나 정상에

깃발을 꽂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는

그녀 인생 최고의 연주곡이 되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산을 오르려거든

내 몸이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내가 내 몸을 내어 주고 그것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그 꼭대기에 발을 담글 수 있을 것이







長詩가 되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너무나 좋아했던 내 얘기를 써 보았다.


나는 지금도 피아노를 보면 기분이 너무 좋다.

쓰레기장에 누가 낡은 피아노를 버려 놓은 것을 보았을 때 집에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우리집은 아쉽게도 공간이 없다. 빈 창고라도 있었다면 내가 수거해 갈 판이었다.


피아노 사 달라고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 피아노~ 피아노~ 신나는 노래~

결국 고3 때 학력고사를 마치고 나서 아버지께서 사 주셨다.

정말 원 없이 쳐 보고 싶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댓바람부터 치고 또 쳤다.


피아노가 전공이던 친구 집에서 이 곡을 쳤더니 그 친구가 요래요래 치면 더 잘 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백 날 혼자 치는 것보다 전문가 가르침 한 번이 실력 향상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더 배우지는 않고 혼자 도 닦듯이 쳤다.

지금은 피아노 코드를 알기 때문에 찬양, 가요, 동요 등, 아주 잘은 아니어도 취미 생활 가능할 정도로는 친다.


그래도 부동의 나의 인생곡은 역시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이다.


https://youtu.be/eCCan3TFPoc?feature=shared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by리차드 클레이더만)





이전 10화 詩를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