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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Sep 10. 2024

빈 놀이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웃음소리 하나 없이

버려져 있는 놀이터



발아래 잡초를 밟으며

술래 한 명이 서 있다

벤치 위, 구름사다리 아래

곳곳에 숨어 있는

추억의 편린들을 찾고 있다



바람 혼자 그네를 탄다

모래흙만이 미끄럼틀을 탄다

시소 양쪽에 기억과 망각이 앉아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한다



그 옛날엔 드넓은

모험 세계였던 이곳

곤두박질치고 비상을 꿈꾸

거꾸로 달려도 본 세상에서

 마음 한 뼘씩 커 가던 곳



기둥을 빙빙 감아 올라가며

아이들과 눈 맞추던 등나무에게

그것은 언제 적 일인지

빙빙 도는 질문 하나



'아이들은 대체 어디 갔을까,

무슨 일 어진 걸.'



빈 놀이터를 바라보는

황혼 녘 하늘은

다가와 품에 안길 그네를

못내 기다리고 있다

술래가 찾아 놓은 추억 한 편

붉은 눈시울로 바라



까치 한 마리

플라타너스 우듬지에 앉아

변해 가는 세월을 관망고 있다








고향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에 놀이터가 있다. 3층이어서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애들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항상 가던 놀이터이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온종일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턴가는 놀이터가 점점 비어 갔다. 놀이기구들이 조금씩 낡고 녹슬어 가는데,  찾는 아이들이 없다 보니 보수 공사도 하지 않아 황량함이 감돌았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녀서 뛰어놀 시간이 없는지 모르겠다. 혹은, 출생률이 떨어져서 그 동네 아이들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데 뛰어놀 아이들이 골머리를 앓으며 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갓난아이 울음소리마저 사라져 가는 실태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산업화의 물꼬를 70년대. 꼬질꼬질한 아이들이 북적대던 시절이 오히려 미래가 밝았던 같은 씁쓸한 마음이 든다. 비록 그 미래에 이르러서는 되레 그 시절의 희망을 그리워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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