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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고래 May 16. 2024

7살이 어른보다 행복한 이유

순수함, 그것만이 행복의 원천이


내일 당장 죽는다면 인생의 어떤 순간들이 떠오를까? 살면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대학합격, 취업성공... 이런 순간이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순수한 재미가 가득했던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24살에 친구와 같이 대만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하루는 숙소 근처의 야시장에 갔다. 강렬한 취두부 냄새에 정신이 어질 해져 숙소로 돌아가려던 찰나였다. 그러다 고리 던지기 게임을 진행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3천 원 정도를 내면 고리들이 담긴 바구니를 준다. 이 고리를 진열대에 있는 음료를 향해 던진다. 고리가 음료에 걸리면 그 음료를 가져가는 게임이다. 음료의 종류는 다양했다. 간단한 탄산음료부터 와인까지 있었다. 비싼 와인은 역시 먼 진열대에 있었다. 고리 던지기의 결과는 아주 좋았다. 7병의 음료를 딸 수 있었다. 음료 하나하나에 고리가 걸릴 때마다 친구와 서로 부둥켜안으며 좋아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희열이었다. 꽤나 잘했던 모양인지 가게직원도 놀란 눈치였다. 20대 청년 둘이서 아이들이나 좋아할법한 고리 던지기로 엄청난 추억을 쌓았다. 아직도 심혈을 기울여 고리를 던지던 그때의 내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게의 조명, 그리고 코를 알싸하게 찌르는 고약한 취두부 냄새.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고리 던지기 국가대표가 있었다면, 그건 내가 해야만 했다.


 



고리 던지기 게임은 왜 그렇게 재밌었을까? 단순히 낯선 여행지에서 경험한 것이라 그랬던 걸까? 고리 던지기가 정말 재밌었던 이유는, 내가 순수한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음료를 값싸게 먹기 위해서 게임에 참여한 게 아니다. 만약 값싸게 음료를 먹겠다는 목적이 있었다면 그저 고리 던지기의 결과에 적당히 만족하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고리를 음료에 건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그렇기에 정말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언제나 순수한 재미를 추구할 때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리고 예술혼을 억누를 수 없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둘 중에 어떤 화가가 더욱 행복할까? 생각해 보면 우린 100%의 순수재미를 추구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건강한 취미생활이 필수인 이유기도 하다. 일에서 순수한 재미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리 던지기를 할 때의 그 순수열정은, 일을 하면서 느껴본 적이 없다. 7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행복한 이유이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경험도, 노하우도, 돈도 더욱 많다. 하지만 블록 장난감으로 성을 만드는 순수재미를 어른들이 알 수 있을까?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며 사는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있단 말인가?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순수한 재미를 다시 느끼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하고, 창작을 하는 재미를 느껴야만 한다. 이런 예술활동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는다. 7살 아이의 순수함, 즐거움, 행복을 되찾고 싶은가? 예술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단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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