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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고래 May 23. 2024

나비가 될 줄 알았던 애벌레

나방이 될 줄은 몰랐지


모든 애벌레가 어여쁜 나비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애벌레는 나방이 된다. 애벌레는 알지 못한다. 자신이 나방이 될지 나방이 될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히 나비가 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어떤 애벌레는 나방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다. 나방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비는 어디서나 사랑받는다. 나방은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한다. 나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나방은 사람에게 밟히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도도하게 날아다니는 나비, 불빛을 보고 바보같이 달려드는 나방. 후자를 택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 알 수 없는 애벌레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할까. 지나가던 새에게 먹히기를 기도할 수는 없다. 나방이 될지라도 열심히 번데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애벌레의 숙명이다. 나방의 유충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대충 썩은 풀잎을 뜯어먹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어떻게든 번데기가 되어야한다, 그것이 애벌레의 운명이다.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역설적으로 '이상'이다. 이상으로 향하는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불안해진다.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건 일종의 죄악처럼 느껴진다. 이상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이상을 바꿔버리는 사람도 있다.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상을 버려야만 한다. 나비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지 않는 애벌레처럼 말이다.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이상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오늘을 노래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당신이 언제쯤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방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사실 당신은 아직 애벌레의 단계일지도 모른다. 번데기가 되지 않은 작은 애벌레 말이다. 아직 나비가 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잘나가는 지인의 인생에 기죽지 마라. 빛깔좋은 번데기일지도 모른다. 그저 화려한 색을 가진 애벌레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를 선택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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