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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고래 May 09. 2024

우물 안 개구리는 행복하다

왜 우물에서 나와야 하는가?


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정말 싫어한다. 왜 우물에 있는 개구리는 불행해야 하는 걸까? 물도 충분하고 벌레도 잘 꼬이는 우물은 개구리에게 천국이 아닐까? 섣불리 우물을 벗어나는 판단을 했다가 뱀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개구리 정도 크기면 우물은 거의 펜트하우스급일 텐데, 왜 굳이 나와야 하는 걸까?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책은 자기 계발서이다. 지인들에게 자기 계발서 책을 추천할 때면 굉장히 조심스러워진다. 자기 계발서는 정답을 제공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답 투성이이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인간이 선한 인간은 아니다. 게으르게 사는 인간이 나쁜 인간은 아니다. 그냥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정답으로 규정한다. 애초에 열심히 산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된 A가 있다.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해 무명작가로 살고 있는 B가 있다. A는 B보다 훨씬 돈을 잘 번다. 집도, 차도 B의 것이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A가 더욱 훌륭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야 하는가? 세상사람들이 보기에 A는 성공한 엘리트 같지만 그의 개인사정은 아무도 모른다. 이혼 위기를 겪는 중일지도 모른다.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상황일 수도 있다. 괴팍한 성격 탓에 고객 외에 만나는 사람이 없는 그런 부류일 수도 있다. 반면에 B는 마음 맞는 짝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중이다. 주말에는 가족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행복한 가정생활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나는 B의 인생이 더욱 매력적이다.


 



우리는 더욱 높은 가치, 특히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성장하는 것을 싫어하고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한다. 승진에 관심이 없고 더 큰 재산을 쌓으려는 목적이 없으면 도태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향들이 지금의 무기력한 젊은 세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n포세대, 일본의 유토리 세대가 바로 그 세대이다. 우물 안에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다. 물론 우물을 벗어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 용기 있게 우물을 나오는 게 답이다. 하지만 우물을 나가는 게 모두에게 통용되는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우물을 벗어나는 도전을 칭찬하지만, 우물에 남는다는 결정은 칭찬하지 않는다. 우물에 남는 결정도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론일 것이다. 어째서 이 결정은 존중받지 못하는 걸까. 정말로 행복한 개구리가 되고 싶다면, 일단 우물과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나는 우물에 적합한 개구리인지 아닌지 알아봐야 한다. 이 생각을 하는 개구리들은 거의 없다. 자기의 점프력만 믿고 일단 뛰쳐나간다. 뱀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면 다행이다. 햇빛에 타 죽을 수도 있고, 자동차 바퀴에 깔릴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개구리가 되고 싶은가? 어떤 개구리로 남든, 결국 행복한 개구리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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