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짐들을 잘 싸서 옮겨준다는 '포장 이사'를 이용하여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해가 오래 들어오고 밝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핸드폰도 멀리 한 채 멍하니 창밖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 좋다.
매일 바뀌는 모습도 아니고 같은 빌딩 같은 건물 같은 하늘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내 머릿속처럼 모든 것이 가만히 그대로인 것이 좋다.
텅 빈 것만 같은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나고 떠오른다.
그렇지만 나는 복잡함 없이 온전하게 나만의 시간을 되새기고 있다.
새집에 이사를 오고 일주일 정도는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정리에 청소를 했다.
나사 하나까지 내 손을 거쳐서 끼리끼리 묶고 담고 수납박스 등에 넣어졌다.
작은 핀 하나 손수건 한 장까지 다시 고이 접어 정리를 하는데
밥 한 끼 제대로 먹기도 힘들었지만 고단하고 힘든 작업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정리가 되면 될수록, 더 예쁘게 가지런히 놓아질수록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바보같이 너무 많은 것을 이고 지고 살았던지라
많은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삶의 이치도 거의 깨달을 뻔했다.
많은 것을 가질수록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지는 것을......
작은 물건 하나하나
정리해야 할 나의 몫이고
그 물건이 당장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쓰지 못한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옷을 드레스룸에 정리하면서 적당한 옷만을 추리게 되었다.
더 이상의 옷은 필요 없었다.
펜트리 안에 들어가지 않는 잡동사니들도 과감히 정리했다.
언젠가 쓰겠지라는 것은 영원히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사를 하고 짐을 비우고 꼼꼼히 정리를 하고 보니
나에게도, 집에게도 더 들어올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짐으로 꽉 찬 수납장 빽빽하게 옷이 걸린 드레스룸에는 더 들일 만한 여유가 없게 된다.
이전에는 꽉 찬 수납장처럼 내 머리도 꽉 찬 느낌이었다.
해결해야 될 것은 빠르게 처리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히 없애야 했다.
나에게도 삶의 쉼표 하나쯤은 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창밖을 보면서 단 5분이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나답게 사는 나'를 되뇌고 되뇌어본다.
단 5분이라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나 되돌아본다.
멈추어 가지 않으면 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게 된다.
'역행자'라는 책을 쓴 '자청'은 자의식을 완전히 바꾸라 말한다.
자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바꾸기 힘든 모습으로 자리 잡은 의식 밖의 영역이라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의식에 의해 잠식되어 제자리걸음을 할지도 모른다.
집안이 아닌 창밖 너머로 보이는 먼 빌딩을 보자.
작은 것에 얽매어 책임질 것만 늘어가는 바보 같은 인생은 이제 그만 살기로 하자.
내가 보는 시선부터 먼 곳 멀리로 던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