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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

by Anna

멋을 내보려 슬리퍼 모양의 뮬을 신었건만

주차장 바닥의 돌들이 걸음을 옮기기 어렵게 한다.

다른 차들을 둘러보니 차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왠지 뮬을 신고 뒤뚱거리듯 걷는 걸음걸이를 보며

비웃을 것 같아 걸음을 바삐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인데

반팔을 입기에 아직 조금은 바람이 싸늘한 듯싶었다.

하지만 운동을 마치면

분명 반팔도 덥다 느낄 거라 개의치 않는다.

건널목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이미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며 건널목 앞에 서거나

다른 방향으로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것이 보인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지만

즐거움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즐거움과 건강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대한 빠지지 않고 운동을 가고 있다.

무거운 목욕 바구니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하듯 살펴본다.

수영복, 수모, 수경, 샤워타월 등등....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헐떡거리게 되는

수영의 맛을 생각하니 짜릿함이 발끝부터 느껴진다.

이 맛에 물을 그렇게 긁어댄다.

수영이라는 운동을 해 본 사람은 알 수도 있다.

몇 바퀴라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그것을 넘어섰을 때의 기분이란.

마치 앞에 터치판이 있기라도 한 듯이

매 순간 팔을 최대한 뻗어

앞에 있는 물을 끌어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기술은

아름답고 현란하기까지 하다.

발차기와 팔 동작의 협업으로

내 몸은 끝에서 끝으로 움직인다.

그 동작을 배우기까지

조금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조차 없다.

영법의 교정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포기가 더 쉽지 않다.

즐겁고 짜릿한 순간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건강을 다루는 뉴스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삶의 활력이 생기고

근력과 폐활량 등이 증가하여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사실 그런 기사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에게 운동이란

존재감이 커져서 떼려야 뗄 수 없다고나 할까....

외출할 때 핸드폰을 챙기지 않으면

찝찝한 마음이 들고 불안한 것처럼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

나에게는 어쩌면 더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물이 좋아서 그리고

숨이 차는 느낌이 좋아서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매일 목욕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운동을 하는 중이다.

매일 뉴스와 인터넷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떠들어대니

이런 것이라도 하고 있는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한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질병과는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침을 잘 따르고 있는 기분이니까.

물속에 잠수를 하고 돌핀킥을 차면서

앞으로 나아가 보면 물속이 잘 보인다.

오늘 수영장 물이 맑은지 탁한지도 알 수 있고

돌핀킥을 차는 나의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어떤 날은 물과 내 몸이 하나가 된 것처럼

돌핀킥 한 번에 몸이 '슈욱'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고

또 어떤 날은 열심히 돌핀킥을 차는 것 같은데도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보다는

호흡과 체력이 고갈되어 물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을 만나면 몸이 솔직해지는 것이다.

열심히 운동을 쉬지 않고 하면

몸이 가볍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날이 많게 된다.

그러면 왠지 흐뭇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을 쓴 이상

더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오늘도 내일도 1시간 수업에서

단 3초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목욕 바구니를 들고 열심히 출근을 한다.

다른 이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에 내가 조금은 지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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