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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소소 Jun 12. 2024

첫 번째 기록

오늘의 마음을 그려보며 [프롤로그]

그 흔한 퇴사를 했다.

나에게 주어진 첫 직업은 학원 선생님이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작은 변수들은 곳곳이 있었다. 다이렉트로 졸업할 거라는 20살의 포부와 달리 가장 늦게 졸업했고, 하고 싶은 일과 돈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 거라는 프리랜서의 포부도 저 멀리, 결국 사회초년생이 된다. 취준생의 마음에 이건 경력도 아니라는 말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어느 한 곳에서 일을 할 능력도 안 되는 내가 얼마나 작아 보였던지.

    

하지만 그 모든 루트를 지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온 건, 그만큼 견뎌냈기 때문일 거다. 어떤 자리에 있었던, 어떤 일을 했던 오늘의 나는 더 성장했음이 분명할 것이다.




전에 썼던 일기장은 소중한 사람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사 온 기념품이자 선물이었다. 그 애정 어린 일기장의 첫 페이지가 각별해서 새해가 오기 전 '나에게 편지를 써야지' 하고 꾹 눌러 담아 썼다.



요즘 넌 참 힘들었어
남들과의 비교에 작아지는 자신에..
사실 말이야, 감사할 건 참 많은데도 그러고 있지 않았어
무엇을 어떤 걸 하고 있어도 그 자리에 있는 널 우습게 보지 마
알고 있으면서도 참 어렵지. 스스로를, 다른 누군가를 상처 주지 말자
완성형인 건 없는 거잖아
미래의 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면
너를 절대 작게 여기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좋겠어
넌 꼭 잘될 거야, 그럴 거야, 기죽지 마


여전히 넘어지고 멈춰 서기를 반복하는 서툰 어른이.

이 치열한 날들 속에서 나는 대체 언제 어른이 될까 싶다가도 이내 애쓰며 달려온 흔적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만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 어른이 되었으니,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를 걸어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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