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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소소 Jun 26. 2024

좁은 울타리


마음 한구석에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좁지만, 혼자 들어가기에는 나름 안락한 곳. 나는 그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정한 기준선을 지키고 서 있다. 

누군가 해치기라도 할까 경계 태세를 갖추지만,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은 울타리기에 바람만 조금 불어도 쓰러지고 만다. 그렇게 좁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것은 나에게 너무 크고 무거워서 쉽게 내보낼 수도 없다. 끙끙 대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때부터는 혼자 하는 싸움이 될 뿐이다.    



나의 예민함은 마치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과 같았다. 

사실 나는 예민한 사람이 맞다. 하지만 어떤 거부감이 들었던 걸까, 인정하기 싫었다.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 일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받은 상처의 가시를 다시 타인의 마음에 꽂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아직도 나의 감정을 예측하기란 조금 어렵다. 

분명 기분이 좋았는데 이유 없이 불안해지다가도 다시 이유 없이 괜찮아진다. 아무 일도 아닌 일은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사소한 자극들에 스위치가 눌리는 날들이 때로는 외롭다. 연습이 된다면, 이런 예측 불가한 마음을 더 깨달아 안아주고 싶다. 이런 나를 이해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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