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부티 Aug 10. 2024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너와 나 모두 바라는 사랑을 찾게 되기를


 그는 여전히 나와의 마주침을 기다리고 계산하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그와 잠시 잠깐의 스침도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통하는 사랑을 바라고 소망하기에

그의 마음이 정말 내가 가늠한 것보다 진심이었다면

그의 방식이나 태도의 삐뚤빼뚤함을 떠나서

그 마음은 귀하고 고마운 것이고 그래서 그에게는 아픔일 것이다.


 나도 짝사랑을 해봤고 내가 더 좋아한 연애가 있었고 때론 거절당한 마음에 울어봤고 경험의 부족이 서투름으로 발현되어 후회와 자책으로 물든 나날이 있었기에 그를 더 이해하고 살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깨닫는다.

필연적으로 이성적 관계에서 내가 이쪽과 저쪽, 어느 쪽에 있는지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입장차가 발생한다고,

그 간극에서 상처인 줄 알면서 단호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아픔일 걸 알면서 주게 되는 상처가 있고 이해하면서도 느껴지는 답답함과 부담스러움이 있다고,

그 모든 상대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려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그보다 내가 다치고 소진될 수 있음을.


 어떤 관계, 어떤 입장, 어떤 향방의 기로에 서 있든 그 순간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 마음이 어떤지,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모든 것을 나로부터 시작해 헤아리고 판단하고 결정하며, 상황과 상대를 대처해야 함을 이번 일을 통해 배웠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깨달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지나간 사람들의 마음은 그때 당시 나로 인해 어땠을지, 그래서 그 순간 내가 아파해야 했던 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순리였음을, 그런 지나간 관계의 많은 지점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경험은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통과했다.


    ——————————————————————


 그렇게 통과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향해 품은 따스함이 잘못이 아니기에 이 마음을 터놓는 게 상대를 욕되게 하는 일일까 봐, 동시에 누군가에게 향했던 나의 순도의 마음이 떠올라서 혹시나 내가 이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짓밟고 재단하는 걸까 봐, 타인들에게 쉽게 대해지고 입에 오르내려질 가십이 될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홀로 끙끙거렸던, 이 사람을 이해하려 했던 모든 날들을 되짚어본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지금 내 상황을 털어놓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할 때 어떤 온도와 태도로 이 일에 대해, 상대의 행동에 대해, 내 감정에 대해 말하는지가 중요한 것임을 이제는 안다.


이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음 정도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누군가 나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알아보고 어떤 종류의 호감을 품은 건 고마운 일이다.

그 마음에 응하지 못해 그에게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한 일이고. 하지만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고.


그래서 모쪼록 그도 나도 각자의 삶의 길에서

각자가 그리고 원하고 또 바라는 사랑을 하길,

그런 통하는 사랑의 찬란 속에서 함께 걷는 사람과 손 잡고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의 길을 마주하며 행복을 느끼길,

사랑의 충만과 기쁨 속에서 서로가 쥐고 있는 그 손을 놓지 않고 잘 걸어가길 바랄 뿐이다.

부디 그러길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


 나도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싶어, 또 이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든 확실하게 매듭짓고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이 관계를 잡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고, 내가 해야 할 몫 이상의 것까지 헤아리고 살폈으며 적어도 내 감정에 솔직했다. 사랑이 될지 모를, 호감으로 발전할지 모를 아직은 형태가 없고 색이 희미한 이 감정 앞에서 나는 도망가지 않고 가장 솔직하고 선명한 마음들을 정확하게 대면하고 직시하고 대화했다.


 그래서 나는 떳떳하고, 괜찮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부끄럽지 않으니까. 그리고, 무의식의 신호를 감지한 후 내가 이 친구에게 겁을 먹고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나의 숨어있던 감정을, 이 친구와 연락하던 모든 순간에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내 결론을 따랐다.

그거면 되었다.


이 관계를 겪으며 나는 또 한 번 성장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당황하고 끌려가는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동시에 흔들리는 와중에도 나를 다잡을 수 있는 심지와 중심이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무엇보다 나는 나를 가장 아끼고 소중히 대하고 싶은 사람임을,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싶은 마음임을,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때고 당당함과 단단함으로 사랑에, 사람에, 감정에, 상대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고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나의 선함과 친절이 때론 나를 묶을 수 있음을 알게 한 이번 경험이 그래서 어쩌면 귀하고 소중하다.


끝에 가서 연애 같은 거 안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다시 생각을 바르게 세울 수 있게 된 나를 보며 작년 짝사랑을 하기 전보다 많이 성장한 나를 마주하고는 기뻐하고 웃게 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어서 힘들고 괴로웠을 뿐이라고, 그래서 나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할 사람과의 연애가 더욱 간절하게 되었다고.

이 마음이 애가 타 지치기 전에 그 사랑이 내게 찾아왔으면 한다. 그래서 아주 어여쁜 마음으로 기다려보려 한다.

성급하지 않게, 차분히, 천천히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연락은 하지 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