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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이혼해!


회사 화장실 빈칸에 들어가 문자를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최종합격하셨습니다.'


내가 3년 반 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것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회사이기에 눈물을 겨우 참았다.


나와 함께 면접을 봤던 1년 선배도 합격했다는 연락을 주었다.


원수는 외나무에서 만난다라고 했지만


둘 중 한 명이 떨어지진 않았고 같이 외나무다리를 건넌 셈이 되었다.


1년 선배에 대한 원망이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서로를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부모님의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나의 이상형에 가까웠고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여 서로 사귀게 되었다.


그녀와 사귀는 동안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졌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행복했다.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함께 있는 동안에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렇게 약 2년 반의 연애 후 우리는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식 당일 나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축하해 주는 자리에서


태어나 가장 큰 행복을 느꼈고 


자리를 빛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했다.


나의 미래는 아내와 함께 행복한 순간만 가득할 것 같았다.




결혼식을 1달 앞두고 부모님이 지방에 있는터라


그녀와 함께 지방에 내려갔다.


부모님을 뵙기 위해 1박 2일 스케줄로 다녀왔고


동생네 가족도 스케줄을 맞춰 내려왔다.


나는 온 가족이 모여 정말 행복했고 뿌듯했다.


그런데, 지방을 다녀온 후 그녀와 저녁에 통화를 하는데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신이 자리 비우니까 시어머니랑 제수씨가 말도 안 걸어줬어."


"시어머니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를 흘겨보며 지금 시간이 몇 시야라고 눈치를 줬어."


"제수씨랑 시어머니랑 라포형성이 되어있어서 내가 끼어들기 힘들었어." 


나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고


행복했던 나의 모습 뒤에


그녀가 이렇게 생각하고 힘들어했다는 사실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어머니가 그럴 의도가 없었을 텐데. 내가 앞으로 자리 안 비울게. 미안해."


나는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에 지금 시간이 몇 시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학창 시절부터 쭉 들었던 이야기이고


당시 나와 그녀가 같이 아침에 방을 나와서 들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향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했고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한걸음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와 나는 결혼 후 주말부부로 지내게 되었다.


주말부부로 지내는 동안


2달 사이에 친척의 결혼식, 장례식이 있었고


결혼 후 부모님이 한번 올라오셔서 


2달 사이에 총 3번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나와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여름휴가 때 같이 놀러 가자는 제안을 했을 때


나는 직접 거절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부모님이 여름휴가를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한 것조차 충격으로 보였다.


내가 거절을 하여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런 제안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녀는 평일에 처가댁에서 가서 가족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화가 난 장인어른은 "그럴 거면 이혼해!"라고 하셨다.


그녀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내게 말해주었고


결혼 후 3개월 만에 나는 장인어른에게 "그럴 거면 이혼해!"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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