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이혼하자는 나의 말을 듣고는
부부상담을 받아보자고 했다.
나 또한 정말 이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단
이 상황을 해결하고 개선되길 원했기 때문에 동의하였다.
나라에서 무상으로 해주는 부부상담,
우리가 돈을 들여 한 유료 부부상담 등 총 6~7회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은 후 서로가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했고
이해해보려 했지만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내는 결혼하기 전의 일과 결혼 초 있었던 일들을 다시금 꺼내면서
울기시작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냐며
나도 귀한 자식이다라고 이야기하며 펑펑 울었다.
나는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라고 강하게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아내는 나의 말에 신뢰를 하지 못했는지
자꾸만 과거의 일을 꺼내 울며 내게 불만을 호소했다.
나는 그렇게 무기력해져 갔다.
결혼한 지 약 9개월이 지났을 무렵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당장 정신과에 가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에 회사 주변 정신과를 검색하여 전화를 하였으나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고 2~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을 때
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 주변에 예약이 아닌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는 곳이 있어
주말에 정신과에 방문하였다.
정신과에서 진료를 보고 설문을 하고 뇌파 검사를 하였다.
설문을 하고 뇌파 검사를 하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생활인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검사 후 나는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정말 답답하고 죽을 것 같아서 병원에 방문했고
상담만 받으면 좋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내가 우울증이라니 너무나도 슬펐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쯤 아내가 와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내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저기 일하는 식당 직원들은 어떤 낙으로 살까?'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과연 나와 아내의 관계가 나아질 수 있을까?'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찼고
어느새 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이 너무나도 흘러 밥을 먹을 수 없었고
주문한 음식을 한 숟갈도 뜨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
아내도 뒤따라 나왔고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의 우울증은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 머리가 너무나도 아팠고
특히 아내와 다툰 후에는 더 심했다.
그리고 퇴근 후 집에 와서 바로 씻는 성격이었지만
씻는 것마저 귀찮았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
한편, 아내는 우울증 관련 책을 여러 권 사서 읽었고
영상도 많이 보면서 나를 도와주기 위해 지극정성 노력했다.
하지만 아내는 과거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냈고
나의 우울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회사에 1개월 휴직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