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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만하자. 이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이혼'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될 단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장인어른에게 '이혼'이라는 단어를 들은 뒤에


겉으로 나를 챙겨주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이상 신호가 발생했다.


가끔씩 심장 주위가 심장을 조이는 것처럼 아팠고


잠을 자다가 깰 정도였다.


일어나서 거실을 몇 바퀴 걸었고


조금 괜찮아지면 침대에 다시 누웠다.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본 결과 다행히 이상은 없었고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곧이어 허리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허리디스크가 터져서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아내는 이전에 목디스크가 터진 적이 있기에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공감해 주었다.


주말에 분리수거 및 집안일을 혼자서 하겠다며 도와주다가


아내도 목 상태가 좋지 않았고 목에 파스를 붙일 정도가 되었다.


아파서 누워있는 나를 위해 도와주다가 아픈 아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도 나의 건강을 걱정하셨고 보러 올라오겠다고 하셨다.


동생네도 시간을 맞춰 오기로 하였고


우리가 사는 집 앞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나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걱정을 하실까 봐


밥을 먹을 때도 최대한 아프지 않은 척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카페로 이동하였다.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어머니가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너네 장모님이 딸한테 공부밖에 모르는 미친년이라고 하더라."


어머니와 장모님은 결혼 전에도 친분이 있었고


장모님이 위와 같이 이야기했을 때


어머니는 "우리 아들도 미친놈이야."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난 뒤 


아내는 "우리 엄마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그리고 시어머니는 어떻게 가족들이 있는데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 라며 펑펑 울었고 내게 화를 내었다.


그러자 나는 "어머니가 거짓으로 한 말이 아니라 정말 장모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고 분위기를 조금 풀어보려고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악의는 없었을 거야."라고 말했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나에게 모욕을 주려고 했다고 말하면서 내게 계속 화를 내었다.


나는 그럼 사실 확인을 해보자라고 하였고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더 화를 내었다.


아내가 "이 때는 사실유무를 떠나서 괜찮아? 그런 이야기 들으니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위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아내에게는 이미 상처가 된 이후였다.




아내는 결혼 전 시댁을 방문했을 때와 이번 사건을 마음속에 크게 담아두었다.


아내가 자주 울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어?"라고 내게 여러 번 말하였고


나는 그때마다 "미안해."라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마음이 풀리지 않고 반복이 되자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저번에 어머니가 카페에서 미친년이라고 이야기한 게 아내에게 많은 상처가 되었어요. 아내에게 사과해 주세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잠깐의 정적이 흐르더니


어머니가 아내를 바꿔달라고 했다.


아내가 전화를 받자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사과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나 또한 장인어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기에 아내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하였다.


아내도 장인어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그때 아버지가 했던 말로 인해 신랑이 충격을 많이 받았어.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


장인어른은 나에게 그때 일은 정말 미안하다며 본인이 정말 그런 생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었다고 이야기하셨다.


시어머니가 아내에게, 장인어른이 나에게 사과를 하셨고


나는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아내는 이야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어."


스피커폰으로 같이 들었던 나는 태어나서 어머니가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을


처음 들었고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답답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네가 어머니한테 사과를 요구할 땐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그건 잘못된 거예요라고 확실히 내 편에 서서 너의 의견을 말했어야 하는데 너의 의견이 빠져있었어."라고 말했다.


답답했다.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내 편에 서서 말한 적이 있었을까?


없었다.


그런데 아내는 자꾸 과거의 힘듦을 여러 번 들춰내었고 내게 사과를 하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우리 그만하자. 이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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