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우울증 회복이 우선이라 생각했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 적응에 신경 쓰다 보면 우울증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생산 물량이 많아졌을 때 대응하기 위해선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며
실물과 전산의 재고수량이 일치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 사비를 써서라도 시스템을 들여와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관부서 및 윗 분들은 이 상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번째로 힘들었던 점은 몇몇의 사람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생산에 필요한 부자재가 부족하면 발주를 빠르게 진행해야 했으나
회계팀장은 이상한 이유를 들며 결재를 반려했고
발주 한 번을 진행하기 위해 그를 매번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발주를 하기 위해선 매번 엑셀로 문서를 작성하고 인쇄하여 결재를 받고 스캔을 하고 업체에 메일을 하나씩 보냈다.
수기로 하나씩 작성을 해야 하고 결재를 승인하는 회계팀장과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매번 스트레스였다.
한마디로 강약약강이었고 주위 사람들의 평판을 얻기 위해 굽실대는 치졸한 사람이었다.
나는 우울증이 다 낫지도 않은 상황에 이직을 해서 최악의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너무나도 괴로웠다.
나는 출근을 하기 전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전화해 내가 회사를 그만두려 하는데 막아달라고 전화했다.
어머니는 내게 전화를 해서 지금 회사 그만두면 낙오자가 된다고 하셨다.
나의 상황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고,
나는 살고 싶었기에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순간 주위에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아내도, 어머니도..
내가 죽어야만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고층 건물을 보았다.
저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고
나는 혼자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 가서 3주 뒤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그만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속상사와 회계팀장과의 갈등은 지속되었다.
나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뒤척였고
출근 전 나는 아내에게 오늘 가서 인사팀이랑 이야기해 보고 가능하면 오늘 퇴사하고 오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조금이라도 더 버텨볼 것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아내의 말을 들을 만한 여유도, 힘도 없었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인사팀에 메신저를 했다.
제가 자살할 것 같은 생각이 심하게 드는데 당일에도 회사를 그만둘 수 있나요?
인사팀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직속상사에게 퇴사를 말씀드리려 메신저로 시간 되는지 물어보았으나,
직속상사는 "나 바쁜 거 안 보여요? 이따 시간 되면 이야기해요."라고 했다.
내가 그 직속상사를 보았을 때 바쁘지 않아 보였는데 나를 마지막까지 갖고 노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그 상사는 나를 따로 불렀다.
빈 회의실에서 나는 상사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우울증이 있었는데 회사에 와서 더 심해졌습니다. 더 이상 다니면 안 될 것 같아 회사를 오늘까지만 다니기로 했습니다."
"우울증이요?"
"네."
"왜 나한테 처음부터 다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제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굳이 오픈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리고 오늘 회사를 그만둔다고요? 3주 정도는 더 다닌다면서요."
"네, 인사팀에 오늘 퇴사 가능한지 물어보았고 가능하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인수인계는요?"
"제가 다 만들어 놓고 가겠습니다."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고 오후에 그 상사와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인수인계 자료를 보던 그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나에게 이야기했다.
"이게 인수인계자료예요?"
"네."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다시 작성해서 주세요."
나의 인수인계자료는 전임자와 전전임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었고
1개월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알았던 것은 모두 기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마지막까지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나는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과장님, 전임자와 전전임자 데이터 보고 작성한 자료이고 1개월 반 동안 제가 다 알게 된 내용은 기재하였습니다."
나는 그의 과거 행동이 문득 떠올라 이어서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 남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 그만하시죠? 뒤에서 남 흉보지 마시고요."
그는 당황한 듯 말했다.
"내가 그랬다고요? 전 안 그러는데요?"
뻔뻔하게 말하자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과장님이 그랬잖아요!"
그는 주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으니 조용히 말하자고 했다.
역시나 그 상황에서도 그는 주위 사람의 평판을 지독히도 챙기는 인간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나 사실 대리님을 진짜 좋게 보고 있었고, 나도 이직할 생각 있어요. 내가 이직할 때 연락해서 같이 일하고 싶은데 계속 연락해도 돼요?"
순간 나는 그가 사이코패스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게 나는 상사와 대화를 마치고 사장님과 면담 후 회사를 나왔다.
퇴사한 당일 밤 11시 40분, 직속상사에게 카톡이 왔다.
"대리님, 혹시 컴퓨터 비밀번호 어떻게 돼요?"
밤 11시 40분에 연락이라니..
그는 이전에도 퇴근 시간 이후에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자주 했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늦은 시간에 연락하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카톡을 남겼다.
"모니터 밑에 있는 종이에 비밀번호 적어두었어요. 그리고 제가 퇴사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늦은 시간에 업무 연락은 자제하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바로 그에게 카톡이 왔다.
"대리님이 일을 잘 못 챙겼으니까 제가 연락한 거죠."
카톡을 보는 순간 나는 그를 수신 차단 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1개월 반 만에 새로운 회사 생활을 마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