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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가 내게 상처준 말


회사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나는 정말 힘들었다.


아내가 장인어른의 퇴사 후 집안 형편이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며


나의 퇴사를 만류했다.


나는 이 회사에 있다간 정말 자살을 할 것만 같았고,


살기 위해 퇴사해야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아내의 말을 듣지 않자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내게 전화를 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기억에 남은 말은 아래와 같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너 회사 그만두고 나오면 낙오자 된다."


내가 정말 힘들고, 죽을 것 같은데


내가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나는 지독히도 외로웠다.


출, 퇴근길에 혼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나왔다.


이후로 나는 자신감을 크게 잃었다.


'내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집에서 혼자 있는 날이면 나는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저 선반에 목을 걸면 죽을 수 있을까?'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면 집값이 많이 떨어지겠지. 그럼 조용히 집에서 죽는 게 낫겠다.'


그러는 와중에 아내는 내가 퇴사하는 날 시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들은 내용에 충격을 받아 내게 말했다.


"시어머니가 이런 상황에 남편 책임감을 길러주려면 임신을 하래. 이게 말이 돼?"


나는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나한테는 낙오자가 된다고 하더니 아내에겐 나의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 임신을 하라니..'


내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가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한 어머니가 몹시 미웠고 분노했다.


아내는 나의 퇴사와 시어머니의 말에 고통받았다.


그리고 퇴사 후 2~3주간은 아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아내, 상담사,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다.


부모님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친척을 통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 예약을 도와주었다.


나는 대학병원의 정신과에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내 삶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대학병원을 갔다.


의사 선생님은 "여기에 온 것만으로도 치료의 한 부분이세요. 잘 오셨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보통 대학병원은 10~20분 내 상담을 마치고 약을 처방해 주지만


나에게는 약 1시간의 상담을 해주셨다. 


약을 최대한 늘려 처방해 주셨고 나는 의사 선생님 말을 믿고 약을 꾸준히 먹었다.


그리고 집에서 작은 청소부터, 때로는 집 앞 산책을 하며


나 스스로도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컸고, 


시댁과 처갓댁에게 내가 실망을 안겨드린 것 같아 얼른 신뢰를 드리고 싶었다.


대학병원을 다니는 3달 동안 정말 다행히도 나의 우울증은 조금씩 개선되었다.




나의 우울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어느 주말 아내와 집 근처 김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는 뭔가를 결심한 듯 내게 이야기했다.


"우울증은 네가 아니라 내가 걸렸어야 했어."


나는 분노했다.


내가 우울증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며,


정말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내가 우울증에 걸리게 된 상황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결혼 후 고부 갈등 사이에 끼인 나

2. 그 안에서 중재를 하여 관계 개선을 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음

3. 처가댁에서 이혼을 하라는 한 사실이 아내를 통해 전달되었고 충격을 받음.

4. 고부갈등이 지속되었고 내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무기력해짐.

5.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 정신과에 갔고 우울증 진단을 받음

6. 우울증에 걸려 예민해진 상황에서 회사 스트레스에 취약해짐. 

7. 시부모님이 이사한 집에 방문했을 때 아기를 언제 가질지 물어보자 아내는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사유를 를 남편 때문이라고 이야기함. 밖에서 우연히 들은 나는 큰 충격을 받음.

8. 이로 인해 나는 열심히 살 의지를 잃었고 회사도 퇴사하기로 결심함.

9. 퇴사 후 약 2개월 반 만에 이직에 성공하였으나 나를 험담하는 사람들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있었음. 관계 및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럴 상황이 보이지 않자 또다시 퇴사.

10. 퇴사 후 우울증이 극에 달함.

11.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 및 진료를 보았고 우울 및 공황 진단을 받음.

12. 대학병원에 3달 동안 꾸준히 다니면서 조금씩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음.


무엇보다 결혼 후 약 2년 동안 아내의 지속적인 시댁에 대한 불만과 내가 자라온 환경을 비난하는 말들이 내게 큰 스트레스와 상처를 주었다.


아내 또한 결혼 후 큰 상처를 받고 많이 힘들었을 테지만


내게 "우울증은 네가 아니라 내가 걸렸어야 했어."라고 이야기하다니.


아내의 그 한 마디는 가시가 너무나도 돋아있는 말이었고,


나의 오장육부를 쑤시는 듯한 큰 고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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