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관을 바꿔준 인생의 책 이름은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다. 제목은 '자기관리론'이지만 실제 책 내용은 '걱정관리론'이라고 보면 된다. 책에는 걱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사례와 함께 좋은 글이 워낙 많이 제시되어 있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을 꼽자면 아래 글과 같다.
"1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비극처럼 느껴지나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겁니다. 도리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동안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더 정신적으로 성장할 기회라는 걸 잊지 말아요."
데일카네기 - 자기 관리론 P.182
나는 22년 10월 허리디스크가 터지고 23년 3월 우울증 진단을 받아 23년 9월 퇴사하였다. 23년 11월 재입사하였으나 직장 상사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더 큰 우울증에 빠져 24년 1월 퇴사를 하였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쯤 내 주위에 아내, 가족, 의사 선생님, 상담사, 친구들 등 소중한 사람들이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 주고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으며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게재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다시 구직활동도 하고 있다. 아직 우울증과 공황 증상이 100%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일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 걱정을 하는 행동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전보다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어느 에세이에서는 근거 없이 무조건적으로 "잘 될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위로의 말들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긍정적인 표현과 희망의 말들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그 말들은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나는 허리디스크, 우울증, 공황장애를 통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바는 무너져도 괜찮다는 것이다. 내가 브런치북의 제목을 '무너져도 괜찮아'라고 쓴 이유는 무너져 보니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무너지고 바닥을 찍으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자는 네가 죽을병이라도 걸려봤어? 암이라도 걸려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않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암이든 허리디스크든 우울증이든 본인이 어떤 병을 겪어서 본인이 무너지고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한다면 생각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큰 병에 걸린 사람들과 나를 동일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얼마나 나보다 더 힘들고 치열하게 병과 싸우고 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몸과 정신이 더 이상 따라주지 않는데 회사를 그만둬도 될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본인의 상황을 살펴보고 바닥까지 내려왔다는 생각이 든다면 회사를 그만두어도, 무너져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졌다. 일보다 본인의 건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건강해야만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어느 회사의 대표가 되어 수 억을 벌지만 긴장과 불안으로 오래 살지 못하는 것보다 어느 회사의 직원으로 평범하게 적당히 벌며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들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에 쓰여 있는 것처럼 "무너져도 괜찮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무너지고 바닥을 찍으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