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 TCI, 색채심리상담 등등
검사와 상담을 시작할 때마다 들었던 질문이다
내답은 하나였다
아니오
우리 집은 사랑이 넘치는 정말 화목한 가정이다.
자기소개서에 단골 멘트인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에
가족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서로 사이좋은 삼 남매
그런데 왜 상담만 하면 나에게 가족사를 물어봤냐고?
MMPI에서는 가족갈등이 높고,
TCI에서는 공감능력이 낮고,
색채상담에서는 외로움을 나타내는 색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지도,
맞벌이를 해서 친척집에서 자라나지도 않았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내가 차에 타야 잠에 들자,
밤새 운전을 했다고 했다.
엄마는 우리 삼 남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각종 음식 자격증에 (한식양식중식일식)
미용 자격증도 땄다.
(알차게 활용해서 나는 24살까지 미용실을 한 번도 안 가봤다.)
그렇지만,
그리고 나는 항상 그 사이에서 외로웠다.
나만 별종인 거 같았다.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져
인정받은 경험이 많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잘한다면
"어렸을 적부터 머리가 좋았어"였고,
왜 그렇게 해야 해? 하고 물어보면
"다른 사람들이 흉보니까 그렇게 해"였다.
이상했다
난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본 건데
왜 이렇게 혼나는 걸까
그렇게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되니,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그럼
"우는 소리 하지 말고, 들어가서 감정 추스르고 나와"
대화가 종결되었다.
방에서 혼자
씩씩거리다가, 눈물아 나지 말아라 하다가
나오면
"밥 먹어"
다시 일상이었다.
'어라..? 나는 아직 대화가 안 끝났는데..?'
"엄마 아까는.."
"그만해. 아까 말 다했잖아. 집 분위기 안 좋아지게 하지 말고 그만해"
어라..?
난 안 끝났는데?
의견만 말했고 결론이 안 났잖아.
그래서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엄마입장에서는 대드는)
다시 과거의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가 시작할 때도, 엄마가 시작할 때도 있었다
"그때 이렇게 한다면서!"
"내가 언제! 엄마야말로 그때 ~랬었잖아! "
"그건 다 끝난 이야긴데 왜 또 이야기해!"
"엄마도 옛날이야기 꺼내봐?"
(파국이다...)
그러다 보면
엄마의 필살기가 나왔다
"엄마한테 자식이 돼서 누가 그렇게 싹수없이 말하래!"
아니... 난 생각을 말한 건데...
그리고 그때 내 말은 다 안 들어주고 엄마말만 했잖아!
그 싸움이 항상 반복되었다.
그런 싸움을 한 고등학생 때의 어느 날
막냇동생이 나에게 말했다
"누나만 없으면 집이 조용해. 누나는 왜 그래?"
그때,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진지하게 생각을 했다
친구끼리의 관계에서도
싸우고, 멀어지는 경험이 있었지만,
내 사정을 다 아는 가족한테도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건가?
내가 비정상이라
엄마도 나에게 대든다고 하고,
아빠도 집 시끄럽다고 혼내고,
동생들도 나를 이해를 못 하는 건가?
그렇지만 답답한걸..
왜 동네 나가는데도 예쁜 옷을 입어야 해.
양치, 세수 늦게 하면 어때. 하기만 하면 되지
교회 가기 싫어. 주말에 늦잠 자고 싶은 걸
엄마의 친구딸, 아들들 관심 없어.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해?
내 맘대로 살면 안 되는 거야?
그런 답답함이, 외로움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는 내가.
외로움을 타지만,
이 외로움은 평생 함께 갈 친구라는 걸 알고 있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