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5회, 10회, 7회
4명의 상담사들과 각각 상담을 진행한 횟수이다
친구들은 말한다
“네가 상담을 받는다고? 왜?”
그렇다.
나는 무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를 사랑해 주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별 문제없는 어른이다,
그런데 왜 상담을 받느냐고?
외로웠다.
중1 아이큐 검사에서 140이 넘었다.
이전에도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학원 선생님이, 엄마가 해줬지만
공식적인 숫자로 나온 건 영향이 컸다.
담임 선생님은 바로 엄마를 불렀고,
나는
“조금만 더 하면 잘할 텐데 노력을 안 하는 아이”가 되었다
학원 선생님들이
무수히 많이 하는 말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실상은 이랬다.
어떤 시험이든 빈칸을 두지 말라는 엄마의 말이 떠올라
아이큐 검사 중 1/3을 찍었다.
그때의 실상이 어떠했던,
상위 2%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아마 이후 엄마에게 나는
“바른 길로 이끌어준다면 성공할 아이”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는 거다.
공부를 잘하면
칭찬받고,
어디 가서 무시 안 받는 건 좋았지만
그래도 나는 노는 게 좋았다.
상상되지도 않고, 왜 중요한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몰래 놀기 시작했다.
밤새 인터넷, 판타지 소설을 보고,
드라마, 영화를 보고,
시험은 항상 벼락치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엄마는 나를 어르고, 달래고, 화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기나긴 10년 싸움의 시작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건 알았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의 미래를 생각해서
현재의 내 행동을 제약하고,
내 의지를 존중해주지 않는 게 싫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쌓여
지금도 나는
누군가 나와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이 무섭다.
엄마만큼 나와 가까운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도 나의 행동을 제약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적당한 거리에 두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마음속의 깊은 곳의 생각들을 표현하려고 했더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기에도 바쁘고,
그 외의 타인은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게 싫고,
가족은 나를 제약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세상에 진심으로
내 말을 듣고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보기에 엄마와의 갈등은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화를 내는 까탈스러운 “나”의 문제였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나를 이해하게 설명하자니
부모님을 욕하는 못된 아이가 된 거 같았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들을 묻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대학교에서 심리상담이 무료라는 글을 보았다.
공짜니까 한번 해보지 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시간 내내 펑펑 울고 나왔다.
운 게 부끄러워서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 말을 옳고 틀리다고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진 첫 경험이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내가 잘못한 줄 알았다.
사랑을 내가 잘 수용하지 못해서,
내가 까탈스러운 사람이라서.
그런데 그냥 내가 다른 거였구나,
틀린 게 아니었구나를 느꼈다.
그날의 상담은
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해 준 사람들은 있었지만
나를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첫 경험이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마음을 상담에서 알게 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