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 적이 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꿈에서는 아내가 죽었다. 누군가가 내게 사실을 통보했고 나는 옆에 있던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아빠, 왜 울어?"
"엄마가 하늘나라로 먼저 갔데"
아이는 울먹였고 나는 아이의 작은 몸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함께 울었다.
나는 실제로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 보다. 옆에 있던 아내는 화들짝 놀라서 나를 흔들어 깨웠고 나는 아내를 끌어안으면서 안도했다. 아내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꿈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후로 지인들을 만나면 아내는 나를 놀리는 듯, 자랑하는 듯 이 에피소드를 꺼내어 놓곤 했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 꿈이 너무도 슬프고, 아프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여보, 나 이상해. 무서워!"
아내가 아침 단잠을 깨웠다.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다. 자다가 갑자기 깬 나는 사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여보, 잠시 누워서 숨을 천천히 쉬어봐"라고 했지만 누워서도 계속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려 몇 발짝 안 되는 화장실까지 걸어가지도 못했다. 화장실로 부축해서 데리고 갔고 쪼그리고 앉아 구토를 하던 아내는 뒤로 벌렁 누우며 울었다.
"어떡해 여보, 나 너무 무서워"
나도 무서웠다. 앓고 있던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 다소 피곤하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앉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불현듯 예전에 꾸었던 그 꿈이 떠올랐다. 일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공포감이 밀려왔다.
지인 중에 119 구급대원으로 근무하시는 분이 있어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몇 가지 대처 요령과 함께 빨리 이비인후과로 데려가라고 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내를 부축해서 힘들게 주변 병원으로 갔고 간단한 검사 후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입원을 했고 수액을 맞으며 안정을 취하자 금세 상태는 호전되었다. 그 후로도 주의할 점이 몇 가지는 있었지만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아내에게 고마웠다. 간밤 병상 옆을 지키면서 잠든 아내를 보며 기도했다.
이렇게 세상 스트레스에 짜들어 병을 얻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나 때문에 고생해서 그래요.
미안하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손잡고 같이 놀자고..
결혼 17년 차, 누군가는 정으로 산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전우애로 산다고 했다.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여보, 우리도 결국은 그렇게 될까?
저녁에, 때론 아침에 찬 공기도 쐬고, 낮에는 비도 맞고 진창 속을 걷기도 하고, 세찬 폭풍우를 만나기도 하면서 몸이 한결 건강해지듯이 그렇게 우리는 더욱 사랑할 거야.
소중한 사람은 곁에 없을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던데, 다행이다.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