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루비 Mar 30. 2024

모범생을 원하는 엄마 일진을 동경하는 아들

그래, 가끔 아들을 보자

“우리 아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보면 아주 조마조마해요. 얼마나 위험하게 타는지 겁이 나 죽겠어요. 헬멧을 쓰고 다니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요. 자동차 조심하라고 소리치는 것도 이제 지쳐요. 뭐든지 제멋대로 해요. 자전거 타고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갈 때는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말이다.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 가까이 혹은 멀리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땀을 내고 나면 삭신이 쑤시고 결리지만 정신이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중간중간 좋은 경치가 있으면 잠시 멈춰서 멍하게 앉아있다가 오는 게 내게는 큰 쉼이다. 

가끔은 한적하고 뻥 뚫린 길을 만나면 마치 경륜 선수로 빙의해서 한계까지(허벅지가 털릴 때까지) 풀악셀(?)로 페달을 밟기도 한다.

근데 누가 내게 “누가 따라오지도 않고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빨리 힘들게 달려요?”라고 묻는다면 글쎄,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떤 누군가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산에 오른다고 했다는데 나는 뭐라 할까?

“중년 남성의 호르몬 분비를 신체적 활동으로 …(블라블라)” 하는 것보다 솔직히는


“아 몰라 내 맘이지!”



 엄마들은 아들을 항상 어린아이로만 여겨 무조건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아들이 행여 다칠까 봐 혼자서는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며 벌벌 떠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초등학생 아이를 아들을 둔 한 지인은 한 학기에 한 번있는 현장학습조차도 보내지 않을 정도다. 교사 한 명이 그 많은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금쪽같은 아들이 사고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지겠냐는 것이다.


 엄마가 자녀 교육을 전담하면서 남학생들이 퇴화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남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평소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난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공포와 공격성을 주관하는 편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아빠들은 아들의 이런 모습 보면서 ‘사내 애들은 싸움에서 친해지는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빠 자신도 그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남자아이들은 여자애들보다 훨씬 많이 싸우고 싸움을 갈등을 종결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남자 애들끼리 피 터지게 싸운 뒤 바닥에 누워 얼굴을 마주 보며 실실거리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엄마들은 순하디 순한 아들이 반항적으로 거칠게 행동하면 자기 아들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다.  엄마는 친구와 다투거나 의견대립이 생기면 “참아, 친구와 싸우면 안 돼” 라며 아들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억누르려고만 한다. 

장난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엉뚱한 말이나 장난기 섞인 행동을 하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서 나무란다. 

아들이 뛰어놀다가 넘어지거나 물건을 깨트릴 때 엄마의 반응은 더욱 놀랍다. 용돈을 끊게 하느니 컴퓨터를 못하게 하겠다느니 온갖 협박을 일삼으며 올가미를 던진다. 그러면 아들은 점점 더 엄마에게 맞서거나 대든다. 

학교에서는 어떨까. 남학생 수에 비해 여자 선생님이 너무 많다. 한 학급에 여학생과 남학생이 반 반이라고 한다면 남자선생님의 비율은 초등학교가 24.9% 중학교 34.3%로 턱없이 모자란다.

남자 선생님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남학생들의 남성적인 특징을 이해하지만 여자 선생님들은 대게 남자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아들이 딸 보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쉬는 시간조차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학교에서 온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한다는 것.

 어디에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오로지 선생님과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들을 가두려고 들면 아들은 마치 들짐승처럼 사고 칠 일들만 찾아 헤맨다. 또 엄마의 관심을 새로운 방향으로 환기시키기 위해 엄마가 싫어하는 일들만 골라하며 일부러 삐뚤어지려고 든다.


마음껏 뛰어다닐 수 없어 답답한 아들의 심장을, 꼼지락거리고 싶어 안달이 난 근질근질한 팔과 다리 손가락 발가락을 이해해 주자. 아무 말하지 말고

그래, 가끔 아들을 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