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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비 Mar 27. 2024

말 안 듣는 아들, 공부시키기

노력을 강요하는 엄마, 보상이 먼저인 아들

학부모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어도 친화력이 좋은 엄마들이 있다. 이런저런 아이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가다 보면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주고받는 경우도 많은데, 주로 형제나 자매에 대한 얘기들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아들에 대한 상담과 딸에 대한 상담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딸들은 공부를 잘하고 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걱정과 고민이 많고 적음도 아니요, 갈등의 정도도 아닌 무언가가 다르다. 아들에 관한 상담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그 분위기나 기온(?)에서 분명 차이가 난다. (뭔가 울분을 삭이는 느낌이랄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적어도 딸을 키워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딸들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음… 입장이 다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아들 둘 중 맏이로, 남중, 남고, 이공계 출신에다 결혼하여 내 복사판으로 또 아들만 둘을 키우다 보니(고추밭 인생이다) 아들들에 대하여는 애틋하기도 하고 뭔가 대변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저 무뚝뚝하고 단순해빠진 아들들은 참 말을 할 줄 모르고 표현할 줄을 모른다. 그래서 보고 있자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특히 공부에 대하여는 더욱 그러한데, 얼마 전에는 이런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단원 평가가 내일인데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는 아들을 보면 뚜껑이 열려요. 한 세 번쯤요. 처음에는 내일이 시험이니 문제지 좀 풀어 보자고 따뜻하고 인자하게 얘기했지요. 그런데 제 이야기는 귓등으로 듣는지 꼼짝도 하지 않더라고요. 

자식에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더는 참지 못하고 컴퓨터 전원을 뽑아 버렸죠. 그랬더니 아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벽이며 문이며 쾅쾅 치고 다니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한마디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푸념이었다.



옆집 딸들은 알아서 척척 제 할 일을 하는데 자기 아들은 그러지 못해 속상한 엄마들이 많다. 특히 시험 전날 아들을 책상 앞에 한 번이라도 앉히려면 속이 터져 돌아버릴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한다. 이때 아들을 강하게 위협하면 일시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결국 10분 이내에 원상태로 돌아오고 아이는 억지로 하는 공부에 금방 싫증을 내고 대충 시간만 때우게 될 것이다. 



남자아이는 스스로 원해서 어떤 일을 할 경우 엄마의 간섭 없이도 스스로 몰입한다.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의 의지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겨야 선뜻 나선다. 그렇게 시작해야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내 아들이 학업을 순조롭게 이어 가고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발달 심리학자인 로렌스 스타인버그는(아, 어려운 인용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남자아이들이 여자애들보다 더 더 충동적이고 위험해 보이는 장난을 즐기는 데, 이것은 보상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춘기 남자 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강행하는 것은 실제보다 위험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상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배 고플 때 눈앞에 치킨을 들고 흔들어야 말을 잘 듣는다는 뭐 그런 얘기다.) 

즉 남자아이는 즉각적인 보상에 좌우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따라서 남자아이는 감정까지 파악해야 하는 여자아이 보다 설득하기 쉽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는다. 

백 마디의 화려한 미사여구로 현혹하려 들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이든 어른이든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것보다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인정받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따라서 공동 책임을 지으면 자신 때문에 조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기가 맡은 부분은 어떻게든 완수해 낸다.

 이것이 남자의 문화다. 군대는 그렇게 해서 돌아가게 된다. 상과 벌 그리고 집단과 연대.(절대 아들들을 군대식으로 지도하자는 얘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상대방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다고 했다.

 남자의 세계를 인정해야 아들을 공부시킬 수 있다.


 엄마들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들먹이며 명문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려면 지금 당장 책상에 앉아 공부해야 한다고 아들을 설득한다.

 재차 반복하지만 남자아이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보상에 강한 성취 욕구를 보인다. 결국 아들로 하여금 학습의 성취동기를 가지게 하려면 능력에 비해 너무 어렵거나 당장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내 아들의 학력 수준은 초등학교 사 학년인데 선행 학습을 위해 중학교과정을 가르쳐야 되겠는가.

평균 점수가 70점인 아이에게 다음에는 백점을 맞아야 한다며 귀가 따갑게 잔소리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에게 과도한 학습을 강요하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반감만 커질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고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순조롭게 학업을 지속하려면 초등학교 5, 6학년 시기에 학습에 대한 성취동기를 심어 주어야 한다. 성취동기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고자 스스로 노력하게 하는 마음이다. 성취동기가 있는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나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싶어 한다. 설정된 목표가 이루기 어려운 것이더라도 굳은 의지로 책임지고 완수하려 한다. 스스로 목표를 성취했을 때는 아이는 더 높아진 자신감으로 더 어려운 과제에도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다.


 성취동기는 아이가 이전에 맛본 성공의 경험에 달려있다. 성공으로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 아이는 다음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어려운 과제를 성공하면 더 큰 보상이 있으리라 라는 기대감으로 적극성을 띤다. 이를 위해서는 내 아이가 자신의 수준을 맞게 학업과 과제를 해나갈 수 있게 하고 부모가 도와주기보다 아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가 70 점을 맞았다면 80 점을 목표를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5, 6학년이면 사춘기를 겪는다. 이때 경험한 대인관계, 가치관 등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사춘기 아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엄마 말대로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 책상 앞에 앉아 있기만을 강요하면 아들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다 못해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부에 몰두해야 할 에너지를 부모에게 화내고 반항하는 데 소진하는 것이다. 아무리 엄마 아빠의 말이 올라도 아이가 그것을 수긍하고 스스로 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들에게 도덕교과서의 나직한 말들만 쏟아내지 말고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보상을 제시해라. 

그러면 당신의 아들은 학업 성취 나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며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 책장을 펼칠 것이다.



아, 그리고 딸들에 관하여는 나중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뭐 진지한 얘기는 하지 않을 텐데 사실 잘 모르겠다.ㅜㅜ)

나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야 비로소 세계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전쟁이…) 누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좀 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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