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배우는 겸손

이렇게 어수선한 봄은 없었다.

by 남재 이진주

날씨가 뒤 죽 박 죽이다. 참 알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알 수 없는 것이 요즘 날씨이다. 입춘지나 경칩이 지나고 낼모레가 춘분인데 노란 산수유 꽃이 피기도 전에 개나리꽃이 먼저 피었다. 황매화가 꽃을 피우더니 진달래꽃이 꽃봉오리를 올렸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하얗게 핀 목련꽃잎 위에 눈이 소복이 내렸다. 춘설이 분분하니 마음마저 하 수상한 하루다. 요 며칠 따뜻한 날씨에 여기저기 꽃소식이 전해지더니 동장군의 웬 심술일까? 일기예보에는 제주를 비롯해서 서남해안에 파도가 이는 풀랑주의보를 내렸다고 했다.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서울에도 폭설이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다. 내일까지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러는지 요즘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 며칠 전에는 초여름날씨로 차 안에서는 에어컨도 틀었는데 오늘은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한파라고 한다.

세상이 왜 이러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구촌 곳곳에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사람들은 끝없는 싸움과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자연환경은 빠르게 훼손되고 망가지고 있다. 점점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들고 공멸의 위기감마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그동안 잘 살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염려와 두려움도 생겼다. 이제 와서 나에게 무엇이 소중하며 지켜야 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돈만 많이 벌면 노후가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노후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기사를 우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퇴직 이후에 나는 유목민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우리를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요즘같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 곁에는 지혜로운 큰 어른도 없고 훌륭한 스승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가 제 맘대로 살아가는 이기주의적인 어수선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 땅에서 우리가 공통으로 지켜야 할 질서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되고 우리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다. 엊그제 집에 왔길래 “학교에 다니는 것이 재미있냐?”하고 물었더니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만 끄떡였다. 좀처럼 수줍어하는 나의 첫 번째 손자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도 요즘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고전 인문학 수업과 인근 대학에서 하는 영화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배운다는 것은 "배운다"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험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과정이다. 배움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삶의 변화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일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음악을 배우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배움은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게 하고, 더 올바른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발전할 기회를 습득하는 아름다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새내기들이 생동하는 꿈을 키워가는 상아탑 캠퍼스에 발걸음을 놓으면서 오늘은 어떤 행복할 수 있는 거리를 만나게 될까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운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고 행복한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교수님과 나이 든 수강생들이 몇몇 질서 없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영상화면을 뛰어 놓았는데 거기에 처음 접하는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생소한 단어였다. 출석 인사가 끝나고 교수님께서 소개해 주신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은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로 해석되는 라틴어라고 했다. 이 말을 하는 의미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은 각 개인에게는 최고의 순간이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현실은 마냥 녹록하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이 겪는 가치의 문제는 물론 모든 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질의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언제나 비교 박탈감을 탈피할 수가 없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의식주와 우월한 삶의 지위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소양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지만, 자기 삶에 충분한 만족감과 삶에 대한 넉넉한 감사를 느끼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최소한 나는 외적인 성공이나 물질적인 소유보다도, 내적인 평온, 사람들 과의 관계, 그리고 내 가족, 친구들 과의 진정한 소통과 이웃과 나눔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자신의 꿈과 가치로 영글어 가는 성장하는 기쁨을 담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가는 데서 비롯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단어라고 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마차를 타고 시가행진을 할 때면 바로 뒤에 한 노예를 앉혀 놓고 이 말을 계속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줄 대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교수님의 인용 글)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승리자를 보았고 그 승리자들이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또 한 보았다. 한때는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고 승리에 도취해서 소중한 순간을 놓치는 경우도 보았다. 경거망동하는 인간들의 습성은 예나 오늘이나 우리에게 교훈하는 바가 크다. 인류역사에서 결코 비켜 두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신분계급사회이다. 그 형태는 시대를 달리하면서 변형되기는 했지만 그 뿌리는 더 깊이 박혀 있어서 아직도 우리 사회를 양분하는 이념적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시작된 신분제도는 더 많은 물질과 권력을 탐하게 되고 제어할 수 없는 속도에 마치 개선장군처럼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망각한 채 순간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의견이 충돌될 수도 있고 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찌 인생살이가 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겠는가?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자기가 추구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철학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로가 의견이 다르고 격한 충돌이 생긴다 할지라도 오늘 교수님께서 소개한 “카르페 디엠, 메멘토 모리”를 외치며 평정심을 찾고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가족, 친구, 동료 등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존중해 주는 삶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건강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가치 일 것이다. 또한 진실된 삶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는 사람들의 안정감과 사회의 조화에 중요하게 작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스스로에게 삶의 행복과 만족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또 태어난다. 무엇 때문에 오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다가 떠나는 줄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 인생살이는 무형의 의미 없는 철학을 완성하듯 한 꺼풀을 벗고 새롭게 진화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날마다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고 결국 그 문명에 값진 희생을 동반하여 역사는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가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영광을 위해서 인지 고통과 시련을 경험하기 위해서 인지 정의할 수는 없다. 오늘 하루도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나만의 순간은 정말 소중함을 알게 한다. 봄은 왔는데 날씨는 겨울이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게 되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이 예측가능한 삶에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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