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 '굴착기실기 2번째
첫 번째는 내가 마음이 조급하여 차분하지 못해서인 줄 알았다.
굴착기 S자코스 맨 끝에서 방향을 제 때에 틀지 못해 시간초과로 떨어졌으니
이번엔 차분히 하여 성공한 후 자신 있는 굴착기 4회 후 평탄작업으로 합격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장밋빛환상은 얼마 안 가 처참히 무너졌다.
(25년 9월 19일 금 요일
상시 기능사 17회 '굴착기 실기' 12시 30분)
19번째 순서가 되었다.
첫 번째 탈락이 주었던 부담감과 계속 떨어지는 사람들 속에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해서였을까?
호흡이 가빠지고 어떻게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1M 간격유지도 잊은 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급하게 나가니 일단정지할 구간 가기 전에
금을 건드려 가장 빠른 실격을 기록했다.
흐린 가을하늘 추적추적 비는 흐느끼고 내 순서를 기다리며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타이어와 초록펜스 뒤로 의자에 앉아 그냥 비를 맞으며 성공한 사람들을 뚫어져라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 다짐했는데 실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아빠 저 떨어졌어요. 이번엔 시작하자마자 정지선 멈추기 전에 가장 빠른 실격을 했어요."
가라앉은 목소리 아빠말하고 잠시 침묵을 하니까 아버지께서 "너 떨어졌구나" 직감하셨다 했다.
집에 와서도 식구들이 별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굴착기 실기 신경 쓰지 말고 그동안 소홀했던 농사일 열심히 하라 하셨다.
오늘은 마음이 왜 이리 허하던지 무언가로 채우고 싶었다.
도망치듯 서둘러 하얀 트럭 운전석 홀로 앉아서 실기시험장을 떠나 복잡한 주차를 마치고 복권 2장을 샀다.
혹시 대박 날 줄 모른다는 미련은 한 번씩 찾게 만든다.
당첨만 되면 인생역전 꿈꾸지만 쉽지가 않다.
우산 쓴 사람들 사이로 그냥 내리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영주시내에서
허름한 아파트 내 실외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공용원두막에 할머니들이 비와 사람구경하며 이상한 외지인인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볼일이 끝났으니 바짝 타는 목을 축이고 집으로 가려는데 내가 아끼는
핑크색 작은 아이스박스가 없다.
23년 집 지을 당시 대용량 맥심커피믹스 사면서 사은품으로 딸려 있던 파랑과 핑크 중
더 예뻐 골랐던 것 세월이 지나 좀 지저분 해졌지만 집을 업자분과 같이 지은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
놓고 올 수는 없다.
다시 볼일 없을 것 같던 학원으로 다시 갔다.
어느새 굴착기 실기시험까지 진행이 꽤 되었나 보다.
같은 조건 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더 많았을까?
자격을 보는 S자코스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입장에는 성공했으니 결과를 받아보고 퇴장을 해나가
꽉 차 있던 주차장 차들의 행렬이 확 줄여져 있었다.
사람들 눈을 피해 시험자 대기실 2번에 두고 간짐을 챙겨 들고는 냅다 집으로 달렸다.
어느 정도 하다가 실격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젊은 사람이 하기엔 너무 창피한
실수라기 보다도 '무책임한 삶의 태도'가 드러난 행동이었다고 나를 평가했다.
80킬로 단속구간 전까지는 차들을 추월해 가며 달리고 임박하면 안 걸리게 줄이 고를 반복하다.
익숙한 춘양갈림길 왼쪽으로 빠졌다.
가면서 쌀빵집에서 양쪽이빨이 빠져 씹기 어려운 나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소보루빵'하나를
물에 불려서 먹고 가야지 생각을 하고 있어 반대편 보이는 <더 카페 브래드유>로 들어섰다.
소보루는 안 보이고 '쌀소금빵 1개'가 남았길래 나를 위해 남겨둔 운명 같아 골라나와
차에서 물과 함께 녹여 먹었다.
담백함 사이로 굵은소금이 녹아들며 짭짤한기가 혀끝을 자극했다.
참았던 눈물이 찔끔 흘러내린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속상했던 마음을 다 먹을 때쯤에야 추슬러졌다.
건강할 때 이빨관리를 제대로 못해 충치치료로 뽑고 때우니 제대로 씹을 수가 없다.
소중한 걸 잃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된다.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내일부터 풀천지의 새로운 시작이다.
굴착기/지게차 시험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원하는 걸 얻고 싶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