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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화의 시대, 미디어

by 할수있다

러우전이 말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지금의 결과에 대해 예측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조해왔습니다. 대부분 시사 관련 유튜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러우전의 발발 배경부터 3년 간 이어져온 전선의 상황과 시사점들을 알려주기에 열심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비주류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는커녕 제재로 유튜브의 정책에 따라 금지어 등으로 유튜브 채널 유지도 어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러우전 관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 미디어가 전하는 뉴스를 신봉했고, 이들 매체가 전하는 사실을 진실로 여겼습니다. 큰 나라인 러시아가 작은 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가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자원를 노리고 일으킨 전쟁이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작은 나라로 강대국에 둘러쌓인 한국 사람들은 일종의 동질감이 있어서인지 후원금도 많이 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4조6천억이라는 거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러우전이 계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가 잘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끝없이 들어왔습니다. 서방이 제공하는 무기들을 게임체인저로 부르며 러우전에서 우크라이나가 초반의 수세를 극복하고 공세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보도들도 들어야 했습니다. 잘 싸운다던 우크라이나는 18세 이상 전쟁 동원이라는 미래가 없는 인력 동원을 할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현재 전선에서의 치열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러우전은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의 존립도 보장받기 힘든 심각한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기존 래거시 미디어들이 서방의 뉴스를 여과없이 전달했고, 개인 미디어인 유튜브는 검열을 통해서 러우전의 전황에 대한 진실을 막아왔습니다. 전쟁에서는 늘 프로파간다가 있어 왔으니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프로파간다는 어떤 이념이나 사고방식 등을 홍보하거나 설득함, 또는 그러한 것들을 주입식 교육을 통해 어느 하나의 철칙으로 여겨진 것들이며, 여기서 일컫는 사고방식은 주로 상식적이지 못하거나 무논리가 동반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질 수 없다는 프로파간다가 우리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래거시 미디어가 우크라이나 우세라는 프로파간다를 충실하게 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악으로 몰아간 서방의 시각이 투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서방은 강력하고, 그들은 바르고 정의롭고 합리적이다라는 우리들의 인식도 어쩌면 서방 세계의 프로파간다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과한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미국과 서방 중심의 단극화 시대의 프로파간다 프레임에 갇혀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서양은 문명의 정원이고, 서양 밖의 세상은 야만이라는 말은 아직도 서양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말입니다. 당연히 유럽 밖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같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벨기에는 1960년대 말까지 동물원 우리에 아프리카 흑인을 전시했을 정도였습니다. 서양의 사고 수준이 그러했으니 식민지 국가와 민족에게 어떤 짓을 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피식민지 국가나 민족들은 서양에 대한 동경을 오랫동안 이어왔습니다. 학술, 영화, 교육, 미디어를 통한 서방의 프로파간다를 받아들여 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프로파간다를 믿으면서 우리는 자발적인 사대주의자가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러우전의 결과를 통해 누가 강하고 누가 이긴다라는 선정적인 부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쉽게 미디어의 거짓에 속는 우리들의 세상살이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러우전의 결과는 서방 래거시 미디어의 프로파간다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입니다. 아무리 그들 미디어가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는다해도 말입니다. 러우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력의 약화를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세계화를 앞세우던 단극의 질서가 무너지고 러시아, 중국, 인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다극화된 세계로의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영화는 강자와 엘리트들이 운영하는 미디어의 거짓을 이겨내고 자연스러운 우리들의 가치있는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비록 제작될지 안될지도 불분명한 상업영화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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