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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부산

by 할수있다 Mar 01. 2025

 평이하고 무탈한 일상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재미있는 비일상적인 상황들이 일상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인데 구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구독자와의 일체감을 유지해야 언론의 영향력을 지키고, 존속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선정성이 많은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진영논리에 편승해 특정 정파에 유리한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었습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언론을 각 정파의 기관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진보언론은 진보정당의 기관지이고, 보수언론은 보수정당의 기관지라고 말입니다. 그들 언론인들의 눈부신 필력은 진영논리를 심화시키는데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끝없는 양비론을 통해서 다극화로 전환기를 맞은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게 막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양분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얼마 정도 봐야 할지 모릅니다.   


 선정성이나 자극은 언론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도 그러합니다. 자극적으로 과장하거나 선정적이거나, 비상식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도 재미를 위해서, 자극을 통한 관심을 얻기 위해서 각색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일상적인 것으로 둔갑하게 됩니다.


 한국의 70년대 아버지는 힘든 경제 환경에서 가족을 부양하느라 사력을 다해 자신의 삶을 바쳐왔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나 소설 속 내러티브에서는 무능하고 패배적이며 알콜 중독의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되어 왔고, 우리는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시대의 전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일상을 일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현혹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활용되는 헐리웃 영화들도 관객을 현혹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1년 영화 친구는 800만명이 넘는 관객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최초 천만 관객을 모은 실미도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의 관객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친구의 성공으로 부산은 건달들의 주요 활동 무대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됩니다. 거친 환경을 이겨내는 부산 사나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흥업소를 관리하며 불법을 저지르는 건달들이 많은 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높아졌습니다. 건달 도시 부산의 건달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언론이 시작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부산에 붙는 수식은 노인과 바다입니다.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과 바다 뿐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수식입니다. 동북아의 중심항 중 하나로 세계 3대항으로 역동적이었던 부산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산 브랜드의 슬로건도 'Dynamic Busan'에서 'Busan is Good'로 바뀌었습니다. 80년대 일하는 사람들의 역동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으로 역동적이었던 과거의 이미지는 초라한 기록물로 남겨둔 채 말입니다. 그러나 부산은 대륙과 해양의 접점이라는 활동성으로 제 역량을 보여줄 것입니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금융과 서비스 중심의 일자리 구조에 따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일자리 부족으로 보조금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일하지 않는 그들은 마약에 취해 좀비라는 이름을 들으며 귀한 삶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고, 이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하는 금융 투자 중심의 양극화된 사회, 일하지 않는 사회의 패배자 모델이 되어 말입니다.    

   

 어렵고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서방 중심의 금융자본에 맞서 반서방의 산업자본이 세력을 확장시키는 다극화가 진행되고 있고, 북극항로의 활성화에 따른 부산항의 장밋빛 미래도 기대되는 시기입니다. 부동의 환적화물 1위, 싱가폴항을 넘어 동북아의 대표 물류 중심항으로써 부산의 지위가 크게 향상된다는 말입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공조가 이어지고 있으니 북미협상도 전개될 것입니다. 다시 부산이 과거의 역동성을 발휘할 기회가 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투기와 투자 중심으로 불로소득을 귀히 여기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일을 중심으로 얻는 소득을 귀히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부산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종국에는 노인과 바다만이 있는 도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는 단지 부산만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살았던 한민족 전체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이기적인 마음, 스스로의 삶을 가치있고 행복하게 만들려는 욕심을 위해 서로 도우며 일하는 상호부조의 희망적인 세상. 1980년의 부산의 일하는 사회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입니다. 부산의 토박이로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부산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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