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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Mar 22. 2024

최선의 응원

2013년 10월 기록

Germinoma를 진단받은 환아들이 재입원하였고, 새로 진단받은 아이까지 뇌종양을 진단받은 환아 네 명이 입원 중이다.


그중 세 명의 아이들은 terminal stage에 있는데, 한 아이는 alert 하지만, 말하기 힘들고, 삼키기 어려워하여 입으로 마음껏 먹지 못한다.


예전에 입원했을 때에는 아무리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아이가 하도 입원하기 싫다고 하여 하루 이틀을 미루고 미루다 겨우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가 먼저 병원에 가겠다고 했단다. 먹고 싶은 것을 쉽게 삼키지 못해서 속상해하다가 이내는 먼저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는 거다.


입원해서 촬영한 MRI 상, hydrocephalus (수두증, 뇌실에 뇌척수액이 과다 축적되는 증상)가 진행되는 소견을 보여, 교수님께서 션트 수술을 권유하셨다.


다음 날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기로 하고 교수님께서 자리를 비우셨고, 이후 아빠, 엄마께서는 담당 간호사인 내게 수술에 대한 질문들을 하셨다. 그러다 아빠께서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침묵을 깨고 내게 말씀하셨다.


사실은 우리 아이가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잖아요.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 수술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고민입니다.


그 한마디에 아빠의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마음.


무엇이 현명한 길일까.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게 이 터널을 지나갈 수있을까.

나는 간호사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은 어디까지일까.

과연 나의 진심은 있는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

이 터널에 함께 하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내 진심의 언어로 간호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일까.


/ 간호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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