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파이팅~~~!!
2025.2.28.(금)
충청북도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2025년 학군장교 합동 임관식 행사'가 개최되었다.
바로 일주일 전에는 경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막둥이 딸의 졸업식과 ROTC 훈련을 함께 했던 학생들이 모여 총장님을 모시고 조촐하게 임관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국에 있는 2800여 명의 공군, 육군, 해군 등 전국 ROTC 장교들이 모두 참석한 데다가 가족들까지 초대되어 장소나 행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온 사방이 그야말로 시커먼 개미 산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꼭두새벽부터 꽃다발을 챙겨 들고 희끄무레한 날씨를 뒤로하며 남편과 괴산으로 향했다. 300km가 넘는 먼 길이었지만 행사가 오후에 시작되는 일정이어서 조금 일찍 출발하면 충분히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출발하면서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해 보니 식전행사를 보기도 어려울 만큼 촉박할 것 같아 마음이 다급해져서 휴게소에 잠깐 들리고는 괴산까지 부지런히 달렸다. ‘인간 네비게이션’이라 자칭하는 남편은 네비 언니의 안내를 무시하고 요리조리 소신껏 길을 찾아내더니 1시간 정도 단축하는 신기한 재주?를 부렸다. 나 같은 '길치'는 절대 꿈도 꾸지 못 할 대단한 일이다.
둘째 아들 입영 때처럼 올라가는 길에는 안개도 자욱하고 많이 흐렸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의 행사를 축하 하듯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렀고 날씨는 환한 봄날처럼 쾌청했다.
사전에 행사장으로 진입할 차량을 등록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행사장으로 출입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푸드 트럭도 여러 대 있었고 남편이 ‘황금마차’ 라고 부르는 이동식 PX도 있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달려온 터라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닭꼬치와 닭강정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사방에는 임관식 준비를 위해 며칠 전부터 들어와 연습했던 푸릇푸릇한 학군장교들이 뜻깊은 오늘을 서로 자축하며 아주 의젓한 모습으로 사진도 찍고 막바지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딸애와 잠시 얼굴만 보고 바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로 둘러싸인 행사장에서는 식전행사로 전통무예 시범이 있었고 전통악대 공연도 했다. 이곳에서도 대학교 임관 행사와 마찬가지로 식을 진행할 때마다 군악대가 생음악으로 흥을 더해 주었고 성악을 전공하는 훈련생과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했다.
최근까지 만해도 대통령님이 참석하실 만큼 행사가 크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행사를 구경하는 동안에도 VIP를 태운 여러 대의 헬리콥터가 계속 주변을 오고갔다.
각 군의 다양한 제복을 차려입은 젊고 늠름한 장교들이 행진을 하고 대열을 맞춰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든든하면서도 나라를 위해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할 아름다운 청춘들에게 미안하고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행사 중간에는 가족들이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자녀에게 다가가 계급장을 직접 달아주고 축하하며 사진을 찍는 시간도 진행되었다. 내 딸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큰아들이 학사 장교로 임관할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도 초대받지 못하고 대부분의 행사를 생략한 채 유튜브로 간단하게 식이 진행되었다. 다행히 딸은 포항으로 배치를 받았지만 큰아들은 첫 발령지가 백령도여서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첫 발걸음을 내딛는 본인은 얼마나 발걸음이 무거웠을까?’ 회상되면서 자주 신경 써 주지 못한 것 같아 더 많이 미안했다.
마지막 행사는 임관자 충성을 다짐하는 뜻으로 태극기를 훈련생들 머리 위로 올려 뒷사람에게 넘기면서 크게 펼치는 '태극기 퍼포먼스'를 했는데 푸른 하늘 아래 커다란 태극기가 물결치듯 웅장하게 펼쳐지는 모습이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딸은 이제 진짜 '해병대 군인'이 되었다.
병과는 '포병', 아직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저팔계가 어깨에 메고 다녔던 '자주포'가 떠올랐다.
앞으로 3달 동안 장성 상무대 군부대에서 신임 장교 훈련을 받으면서 보직을 받게 된다.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 머무르니 조금 위로가 된다.
서로의 앞날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젊은 청춘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정말 가슴 벅차고 생동감 있고 활기차게 느껴졌다. 코 끝 시린 차가운 바람도 빛나는 청춘들을 응원하듯 깃발을 나부끼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씩씩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다들 건강하고 무사히 군 생활을 잘 마치길 맑고 청명한 하늘에 기도했다.
"사랑한다. 내 딸~~~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