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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바다 Oct 17. 2024

우연이 가져다준 선물

소년이 온다 (by 한강)을 읽고

매일같이 가는 카페에서 보물처럼 나타난 그것.

이력서 쓰는 것을 마치고 뒤를 돌아 단골 카페의 책장을 오랜만에 훑었다.

우연이였을까. 바로 내 눈앞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책에 바로 손이 갔고 이력서 작성도 끝났겠다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다시금 집 바로 앞 카페에 무한 감사를 표하며 그렇게 읽기 시작해 약 2시간 조금 넘게 정독하며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일은 허다했으며 커피의 이뇨작용으로 화장실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518 광주민주화 배경의 소설에 푹 빠졌다.


“그래. 그 순간부터 내 몸을 증오하기 시작했어. 고깃덩어리처럼 던져지고 쌓아 올려진 우리들의 몸을. 햇빛 속에 악취를 뿜으며 썩어간 더러운 얼굴들을.”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고 참으며 쭉쭉 읽어갔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대학교 1학년. 선배의 꼬드김에 들어간 동아리는 민중가요를 노래하는 동아리였고 이에 맞게 역사공부 커리큘럼도 철저히 진행되었다. 난 좋은 기회로 인생처음으로 광주에 가서 518 민주항쟁터에서 묵념했던 게 머리에 스쳤다.

지금의 취준생인 나에 얼마나 한탄했던가. 행복에 넘쳐도 과분하지 않을 환경에 매일 한숨 쉬며 더 나은 삶과 비교하고 좌절했던 허망한 짓을...


오늘도 그들의 희생과 절망 덕에 큰 혜택을 보는 나.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며 더 많은 관심, 행동적, 금전적 지원도 잊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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