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프팅 하나일까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원대한 꿈을 품는다. 나의 유년기는 그렇게 유복하지 않았지만 내 꿈은 지구 정복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어쨌든 그랬다. 5살때쯤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던 외가 친척이 오랜만에 만나 장난감을 사준다고 했을 때도 장난감 대신 평소 마음에 들었던 바지를 사달라고 할 만큼 현실적인 어린이였지만, 그래도 내 꿈은 지구 정복이었다.
리프팅이라는 한가지 분야만으로 성형외과를 개업했을 때도 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남들에게는, 그게 나의 어린 시절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미용 성형에 있어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도 개업 당시 리프팅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성형외과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리프팅은 피부가 얇고, 광대가 발달하지 않은 서양인들이 노화를 막기 위해 발달 시킨 수술이고 국내에서 리프팅은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시행하는 시술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5살 때보다 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고, 나의 원대한 꿈은 사실 아주 현실적인 계획이었다.
목표로 하는 분야에서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내게는 늘 자연스러운 일이다. 골프를 칠 때도, 골프채를 간소하게만 갖추고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하는 나의 이런 성향은 아마도 학창 시절에 이미 갖춰진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수학 선생님의 질문이 결정적인 계기였으니까.
“너 문제집 몇 권 푸니?”
수학에 자신이 있었고 수학 자체를 좋아했던 나는 나름대로 수학 선생님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악의 없는 순수한 관심과 격려의 표현이었을 그 질문은 내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때 나는 수학 문제집을 여러 권 살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으니까. 당연히 문제집은 한 권만 풀 수밖에 없었다. 선택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질문은 특히나 청소년기였던 내게는 꽤 상처였고,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선생님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빙긋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너 정도면 수학에 재능이 있으니까. 문제집을 여러 권 풀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역시나 대답할 수 없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는 말 자체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기에 나는 그 순간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문제집을 여러 권 살 수 없다면 한 권을 반복해서 푼다. 최소한 5번 이상은 푼다. 잘 모르겠는 문제의 풀이법은 그냥 외운다.' 학창 시절 내내 이것을 반복한 나는 늘 수학 문제집 자체를 통째로 외우고 있었고, 친구가 물어보면 풀이까지 바로 적어줄 수 있는 수준이 되자 비로소 그 문제집에 있는 모든 문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내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재능인 ‘노력, 곧 성실함’이 처음 빛을 본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개업 당시 모두가 우려를 표할 때도 사실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을 통해 터득한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게 바로 한가지 일에 집중하고 거기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었으니까.
나를 포함한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한가지에만 집중하여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리프팅 수술에 있어 이미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이전의 서양 중심의 교과서를 통한 수술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게 주어진 가장 좋은 재능인 ‘성실함’을 매일 리프팅 수술을 집도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또 함께 토론하며 집중하는데 쓰고 있다. 그것이 나의 어린 시절 꿈 ‘지구 정복’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원대한 꿈을 품는다. 그것이 허황되든 아니든 어린 날의 꿈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다 보면 사람들은 꿈을 잊거나, 혹은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내 꿈은 지구 정복이었다.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최선을 계속해서 쏟아낼 것이다. 지구의 누구라도 적어도 한 분야에서 만큼은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