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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준 Apr 01. 2024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에 길이 있다

 요즘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역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 인기과 전문의가 된 똑똑한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턴을 생활을 끝내고 레지던트 과정을 위한 전공 선택을 할 당시에만 해도 성형외과는 대한민국에서 곧 사라질 게 분명해 보이는 전망이 아주 어두운 전공이었다. 1999년 3월 IMF가 전국을 휩쓸어버린 대한민국은 미용, 성형, 패션 같은 건 이제 종말을 맞은 국가부도의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내가 부모님께 전공으로 성형외과를 선택하겠다고 말씀 드렸을 때, 나는 처음 의학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말했던 고교 시절의 그날처럼 반대와 걱정을 마주해야했다. 나라가 망했는데, 동네 의원이라도 차릴 수 있는 내과나 좀 고되더라도 없어지지는 않을 외과로 가야지 공부만 한다고 뉴스도 안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샌님처럼 느껴지셨을테니 당연한 말씀이었다.


 사실은 나도 그때는 당연히 성형외과가 없어질 거라고 예상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6년 전액 장학금을 받았으니 성적이 모자라지도 않았음에도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내과나 외과 같은 인체 내부를 연구하고 처치하는 학문에 대해서는 매력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 '성실함'만을 무기로 성장해왔기 때문인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성형외과가 마음에 들었다. 또 의사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곳이 외상센터였기 때문인지 정신 없이 쏟아지는 환자들과 수많은 케이스들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변화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유 없는 환경도 내가 성형외과에 매력을 느끼고 선택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의과 대학 진학을 결심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내 선택과 성실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후회 없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성과를 낼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성형외과가 없어지더라도 대학에서 교수를 하거나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 덕분에 나는 요즘은 최고의 인기 전공 중 하나라는 성형외과에 비교적 쉽게 들어온 운이 좋은 사람이 되기도 했다.


 레지던트가 끝나고 펠로우(전임의, 전문과목 중에서도 특정 세부 분야에 대한 추가 수련을 밟는 의사)에 들어갈 때 교수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느날 전공의 면접을 보고 나서 교수님이 내게 사뭇 진지하신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쟤네는 너보다 더 똑똑한 거 같은데. 긴장해야겠다 너."


 당연히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시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친구들은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만큼 대단한 인재처럼 느껴졌기에 웃으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때 성형외과를 선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할만큼 이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운이 좋았던 부분은 연세대학교 성형외과가 신촌 세브란스, 원주 세브란스(외상센터), 강남세브란스(선천성 질병, 언청이, 두개골 변형 등)를 순환하며 수련 기간동안 정말 다양한 케이스와 그에 따른 수술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레지던트와 펠로우를 거치며 정말 다양한 수술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었던 '안면재건술'에 주목하게 되었다.


 안면재건술은 말 그대로 외상이나 암 등의 질환으로 인해 얼굴에 결손이 생긴 부분을 재건하는 것으로 피부 뿐만 아니라 근육, 신경까지 함께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수술이다. 이러한 안면재건술이 나에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수술 전후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할 수 있는, 환자에게 완전히 다른 삶을 선물할 수 있는 수술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리프팅'을 연구하고 집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리프팅은 환자에게 마치 시간을 돌려주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선물할 수 있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거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리프팅 전문 성형외과를 세우고 거기에만 성실하게 집중해 성과를 내고, 그리고 그렇게 더 나은 기술과 수술법을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변화를 선물하는 것, 이것이 내가 리프팅 전문 성형외과와 동양인에 대한 리프팅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유이다.


 어떤 일이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거라면, 성실함이 나의 재능이라면 나는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임을 확신한다. 그래야만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며 최선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래야만 누군가 만든 길을 걷는 것이 아닌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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