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틀간 일을 쉬게 되어 인천 영종도로 바다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는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며, 세월을 낚는다는 표현처럼 기다긴 기다림의 시간 속에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이 공간은 세상에 오직 찌와 나만 존재하는 무념무상의 세계인 것이다.또한 수심을 얼마에 맞춰야 하는지, 미끼는 뭘 써야 하는지, 언제 챔질을 해야 하는지 등등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물속 물고기와의 밀고 당기는 수싸움이 벌어지는 치열한 현장이다.그야말로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 찌를 올리거나 내리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챔질을 해야 이 승부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TV방송 연예프로그램에서 연예인 2명이 바다낚시터에서 낚시를 하는데 낚시 경험이 전무한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큼지막한 우럭을 잡아내더니 회를 썰어달라고 하여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던 아내가 우리도 저기 한번 가보자고 하였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고 인터넷으로 해당 장소를 검색해 보니 인천 영종도에 있는 "천혜 바다낚시터"라고 나와있었다.
자세히 검색해 보니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방갈로도 있고 자유라인에는 천막라인, 테이블 라인 등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1인당 입어료가 6시간에 5만 원 12시간에 8만 원이고, 방갈로 사용료는 평일에 3만 원 주말에는 5만 원이었다. 낚시터 내에 있는 매점에서는 낚싯대도 대여해 주고 미끼와 여러 도구들을 구입할 수 있으며 소소한 간식거리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커다란 우럭을 2마리만 잡아서 회를 썰어먹고 오자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춘천에서 출발하여 2시간 20여분 만에 낚시터에 도착하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 다녀갔다는 유명세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갈로를 하나 빌려서 1박을 하며 밤낚시까지 하려고 계획했는데 밤이 되면 너무 춥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냥 자유라인에서 짬낚시로 6시간만 하기로 하였다.
[인천 영종도 바다낚시터의 모습]
집에서 낚싯대를 여러 대 준비해 갔지만 채비를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하여 세팅이 되어있는 낚싯대 2대를 대여하고 미끼를 구입하였다. 낚싯대가 이곳 상황에 맞게 잘 세팅되어 있으니 낚시가 더 잘될 거라는 헛된(?) 희망을 잠시 가져보았는데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옆 자리에서는 간혹 참돔과 우럭을 잡아 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부부는 수시로 미끼를 새로 갈아 끼우며 열심히 낚시를 하는데도 6시간 동안 입질 한번 보지 못했고 물고기 주둥이도 구경하지 못했다. (이런젠장~ 오늘도 망했군 ㅠ.ㅠ)
해가 지고 어둑해지자 찌를 밝히는 케미를 끼워 던져놓으니 그 풍경이 아름답기까지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해진 날씨에 의욕이 푹 꺾여서 낚싯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하여 영종도 구읍배터에서 육칼낙지전골이라는 특이한 메뉴의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근처 숙소에서 편히 쉬고 다음날 춘천으로 돌아왔다.
[밤이 되자 불이 켜진 낚시터에 알록달록 빛나는 케미들]
낚시를 갈 때면 항상 들뜬 마음으로 출발하여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데도 또 가려면 신기하게도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일단 여행을 떠나는 그 과정이 좋은 것이 아닐까? 여행은 나에게 많은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그야말로 품질 좋은 영양소이다. 두 다리가 아직 튼튼할 때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아야겠다.
지난주에는 동쪽 끝 삼척과 강릉을 다녀왔고, 이번 주엔 서쪽 끝 인천 영종도를 다녀왔으니, 일이 완전히 끝나는 다음 주에는 남쪽 끝 남해지역 거제 통영 여수 등을 다녀 올 계획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북쪽 끝은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