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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야 Nov 14. 2024

인천 영종도 천혜바다낚시터 체험기

망망대해에서 세월을 낚아 올리는 극한 작업(?)


오랜만에 이틀간 일을 쉬게 되어 인천 영종도로 바다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는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며, 세월을 낚는다는 표현처럼 기다긴 기다림의 시간 속에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이 공간은 세상에 오직 찌와 나만 존재하는 무념무상의 세계인 것이다. 또한 수심을 얼마에 맞춰야 하는지, 미끼는 뭘 써야 하는지, 언제 챔질을 해야 하는지 등등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물속 물고기와의 밀고 당기는 수싸움이 벌어지는 치열한 현장이다. 그야말로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 찌를 올리거나 내리는 순간 정확한 타이밍에 챔질을 해야 이 승부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TV방송 연예프로그램에서 연예인 2명이 바다낚시터에서 낚시를 하는데 낚시 경험이 전무한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큼지막한 우럭을 잡아내더니 회를 썰어달라고 하여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던 아내가 우리도 저기 한번 가보자고 하였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 하고 인터넷으로 해당 장소를 검색해 보니 인천 영종도에 있는 "천혜 바다낚시터"라고 나와있었다.


자세히 검색해 보니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방갈로도 있고 자유라인에는 천막라인, 테이블 라인 등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1인당 입어료가 6시간에 5만 원 12시간에 8만 원이고, 방갈로 사용료는 평일에 3만 원 주말에는 5만 원이었다. 낚시터 내에 있는 매점에서는 낚싯대도 대여해 주고 미끼와 여러 도구들을 구입할 수 있으며 소소한 간식거리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커다란 우럭을 2마리만 잡아서 회를 썰어먹고 오자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춘천에서 출발하여 2시간 20여분 만에 낚시터에 도착하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 다녀갔다는 유명세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갈로를 하나 빌려서 1박을 하며 밤낚시까지 하려고 계획했는데 밤이 되면 너무 춥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냥 자유라인에서 짬낚시로 6시간만 하기로 하였다.


[인천 영종도 바다낚시터의 모습]


집에서 낚싯대를 여러 대 준비해 갔지만 채비를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하여 세팅이 되어있는 낚싯대 2대를 대여하고 미끼를 구입하였다. 낚싯대가 이곳 상황에 맞게 잘 세팅되어 있으니 낚시가 더 잘될 거라는 헛된(?) 희망을 잠시 가져보았는데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옆 자리에서는 간혹 참돔과 우럭을 잡아 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부부는 수시로 미끼를 새로 갈아 끼우며 열심히 낚시를 하는데도 6시간 동안 입질 한번 보지 못했고 물고기 주둥이도 구경하지 못했다. (이런 젠장~ 오늘도 망했군 ㅠ.ㅠ)


해가 지고 어둑해지자 찌를 밝히는 케미를 끼워 던져놓으니 그 풍경이 아름답기까지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해진 날씨에 의욕이 푹 꺾여서 낚싯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하여 영종도 구읍배터에서 육칼낙지전골이라는 특이한 메뉴의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근처 숙소에서 편히 쉬고 다음날 춘천으로 돌아왔다.


[밤이 되자 불이 켜진 낚시터에 알록달록 빛나는 케미들]


낚시를 갈 때면 항상 들뜬 마음으로 출발하여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데도 또 가려면 신기하게도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일단 여행을 떠나는 그 과정이 좋은 것이 아닐까? 여행은 나에게 많은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그야말로 품질 좋은 영양소이다. 두 다리가 아직 튼튼할 때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아야겠다.


지난주에는 동쪽 끝 삼척과 강릉을 다녀왔고, 이번 주엔 서쪽 끝 인천 영종도를 다녀왔으니, 일이 완전히 끝나는 다음 주에는 남쪽 끝 남해지역 거제 통영 여수 등을 다녀 올 계획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북쪽 끝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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