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골집 부엌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우면 나무가 탁탁하며 타는 소리와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나무냄새가 좋아서 마냥 불멍을 때리며 쳐다보던 기억이 있다. 인두화를 그리다 보면 나무 타는 냄새가 그 오래전 향수를 불러온다. 나무를 태워서 그림을 그린다는 발상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멋진 동양화나 수묵화처럼 깊고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어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인두화란 나무, 대나무, 상아 따위의 표면에 인두로 지져서 그린 그림 또는 그 기법을 말한다고 어학사전에 나와있다. 평소 붓과 먹으로 그리는 수묵화가 주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에 빠져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야는 정식으로 배워야 할 것 같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해당 과정이 있으면 꼭 지원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기회가 잘 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인두화 그림을 접하고는 "바로 이거야!" 하며 급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두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아쉽게도 춘천 부근에는 없고 서울이나 경기도까지 가야만 강습을 받을 수 있었다. 할 수 없이 유튜브 영상으로 기초과정을 익히고 인터넷으로 초보자용 인두화 도구 세트를 구입하였다. 다양한 도구들을 하나하나 테스트해 보니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건지 대강 알 수 있었다.
정식으로 배우질 못했으니 그냥 감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는데 인두펜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질 않아서 애를 먹었다. 난을 그리는데 선이 곧고 부드럽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자꾸 중간에 걸려서 매듭이 생겼다. 머리로는 느낌을 알겠는데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오니 속상했다. 어설프지만 몇 개의 작품(?)을 완성하여 집안 곳곳에 걸어놓았더니 그런대로 분위기가 나왔다. (오직 나만의 생각인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