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에서 아들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아들과 예쁜 딸 같은 며느리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4명이서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차를 타고 가족여행을 할 때마다 아들의 빈 옆자리가 허전하여 늘 마음이 쓰였는데 올 4월에 결혼한 아들 부부와의 여행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기도 하여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가족은 이렇게 옆에 함께만 있어도 좋은 것이다. 하얀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있는 강릉과 삼척에서 풍요로운 가을을 보내고 왔다.
주말에는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기에 금요일에 퇴근하고 모여서 저녁식사를 한 후 출발하였다. 한가로이 쭉 뻗은 도로를 달리고 달려 2시간여 만에 강릉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안목항으로 가 보았다. 우리 부부는 평소 낚시를 좋아하여 바다 쪽으로 여행을 가면 항상 낚시장비를 챙겨간다. 안목항은 예전에 강릉에서 약 2년 반 동안 머물러 있을 때에도 도루묵과 전갱이, 고등어 등을 잡아 맛있게 요리해 먹었던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었는데 밤 10시경이 되니 찬바람이 많이 불어 너무 추워서 낚싯대를 꺼내지도 못했다.
강릉에서는 24시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여 괜찮은 곳을 미리 찾아놓았는데 막상 가보니 운영중단이 되어 건물 자체가 없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이런 세상에~ 휴대폰으로 리뷰를 다시 찾아보니 글을 작성한 게 2020년이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리뷰가 좋기에 그냥 찾아온 건데 아뿔싸~ 난감하네 ㅠ.ㅠ
다행히도 주말이 아니어서 부랴부랴 근처 깨끗한 모텔을 예약하고 머물 수 있었다.
[하얀 파도가 넘실대는 삼척의 푸른 바다]
다음날은 제주도에 3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를 몰고 온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아침부터 비가 내려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는 "오월에 초당"이란 맛집에서 멸치국수와 오징어파전, 삼계탕 등을 아점으로 맛있게 먹고, 서부시장 인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바로 삼척으로 출발하였다.
삼척에서는 아들 친구 아버지께서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춘천에서 오는 우리 가족을 위해 바닷가 "쏠비치 리조트"에 스위트룸을 하나 잡아주셔서 편하게 묵을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을 풀어놓고는 리조트 내에 조성된 산토리니 광장이란 곳에 나가보았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구조물과 건물들이 마치 유럽에 여행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쏠 비치 호텔&리조트의 아름다운 모습]
[산토리니 광장에 설치된 이색적인 조형물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식사 예약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에 해변에서 열리는 국화꽃 축제를 보러 갔다. 형형색색의 예쁜 국화로 장식된 공작새, 꽃게, 문어, 용, 돌고래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싱싱한 꽃향이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져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삼척 국화 축제에 전시된 형형색색의 작품들]
삼척에 오면 꼭 맛을 봐야 한다고 아들이 예약해 놓은 "동해안"이란 식당에 갔는데 커다란 접시 위에 문어와 골뱅이가 수북이 쌓인 엄청난 비주얼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부드러운 문어숙회와 입안 가득 풍기는 골뱅이의 달짝지근한 식감에 빠져 정신없이 먹다 보니 배가 불러왔다. 구수한 시골집된장 수제비로 마무리하고는 편의점에서 생수와 간식거리를 구입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엄청난 비주얼의 문어 & 골뱅이 모듬찜]
다음날 아침 퇴실시간이 11시라서 느지막이 일어나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는 해변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이 오후 2시에 시작인데 아들이 결혼식 사회를 보기 때문에 점심 먹을 시간이 애매하여 모닝커피와 빵으로 대충 공복을 해결하였다.
결혼식이 끝나면 뷔페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어야쥐~ㅎㅎ
결혼식은 리조트 내에 있는 연회장에서 열리는데 한껏 차려입은 많은 하객들이 축하인사를 주고받으며 북적이고 있었다.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진 식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얼마 전 아들이 결혼하던 때가 생각나 마음이 들뜨고 행복해졌다. 침착하게 사회를 보며 식을 잘 진행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예전 교직에 재직중일 때 교무부장으로서 입학식과 졸업식 등 여러 학교행사의 사회를 보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부전자전인가? ㅎㅎ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뷔페에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부랴부랴 춘천으로 돌아오는데 일요일 오후라서 고속도로에 차량행렬이 길게 늘어져 구간구간마다 정체가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