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아랫집 아이와 엄마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있지, 엄마가 언니한테 말했는데, 언니가 이러는 거 있지?"
엄마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딸을 대하고 있었다.
새로운 엄마의 출현이다.
친구같은 엄마? 엄마같은 친구?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전형적인 엄마같은 친구다.
“친구 같은 엄마, 엄마 같은 친구”는 자녀와의 관계를 가깝고 편안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현대 부모의 이상적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지만, 이 관계 설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할 수 있다.
1. 역할 경계의 혼란
부모는 자녀의 보호자이자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친구처럼 행동할 경우 권위가 약화된다ㅡ
자녀는 안정된 경계를 통해 정서적 안전감을 느끼는데, 경계가 모호하면 혼란이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
2. 지도가 어려워짐
친구처럼 지내다 보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격히 지도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자녀가 부모의 충고나 지시를 ‘동등한 친구의 의견’으로 여겨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3. 자녀의 심리적 부담
자녀가 부모의 감정적 의존 대상이 되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보다 엄마의 기분을 우선하게 되는 ‘역역할(reverse role)’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녀가 조숙하거나 책임감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욕구를 억제하게 만들며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사회적 관계 형성에 영향
부모와의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는 또래 친구들과의 건강한 거리감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대인 관계나 사회성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5. 부모의 자기 정체성 상실
엄마가 ‘친구 같은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게 되면, 자신의 삶과 감정을 자녀에게 의존하거나 투사하게 된다.
이는 자녀와의 건강한 분리를 방해하고, 결국 양쪽 모두에게 정서적 피로를 초래할 수 있다.
나도 조심해야겠다. 이도 저도 안되는 엄마가 되기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