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여행의 의미

20여 년 전 아직 풋풋한 대학생일 때다. 친구와 함께 사주카페라는 곳에 갔다. 두꺼운 화장을 즐기는 건지 모를 무속인이라는 아주머니는 앞에 앉았다. 그녀는 내 사주에 역마살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곳에 머물러 있기보다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직업도 자주 학교를 옮겨 다니는 교사가 된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이번에야말로 남편을 설득해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에서 훌쩍 떠나보고 싶었다.


나는 그때까지 외국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외국 여행은 제법 다녔었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호주, 아시아의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일본, 필리핀 등에 방문했다. 그리고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낯선 나라를 막연하게 선망했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언어를 접하는 것은 신선하고 새로웠다. 문화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는 것, 그것을 소중하게 지켜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숭고했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도 두려움보다는 반가움이었고, 외국어를 접할 때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도 묘한 설렘을 느꼈다.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은 나의 열망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비단 영어 때문만이 아니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과 관점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다르게 볼 수도 있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가진 의견이나 감정이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흥미로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같은 의견이라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불문율 같은 것이 외국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고 알게 해주고 싶었다. 따라서 내 딸들이 굳어진 하나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유연하게 사고하는 아이들이 되길 바랐다.


그날 머리로는 이미 아부다비 공항에 발을 디뎠다. 그 후 며칠은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방싯방싯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붙들어 맸다고 생각했던 나의 정신이 어느새 훠이훠이 다시 공중 부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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