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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얀 Apr 10. 2024

일곱 귀신의 Identity, 육의 미션 <1>

Part II. Mission에서 Identity까지

재일 교포 3세 손정의는 한국에서도 한국인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에서도 일본인임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꿈은 교사였지만 재일 교포는 일본에서 교사가 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르게 된다. 미국 유학 중에 차별 없이 평등한 인터넷 세계 안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그의 Mission과 법인의 Mission을 인터넷으로 정하고 오늘날 소프트뱅크에까지 이르렀다.


친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입양됐던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의 Identity에 관해 평생 동안을 방황했다. 방황하는 동안 약물에 의지해 보기도 하고, 불교 사상에 심취하기도 하다 애플로 대변되는 그의 Mission을 발견하고 법인의 Mission을 세우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 만인의 주머니 속에서 아이폰으로 환생해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병이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일론 머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엄격한 아버지로부터 학대받으며 소심하게 자랐던 그는 사람들을 피해 도서관에 파묻혀 책을 읽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만난다. 화성을 향한 Mission은 이때 세워졌다. 그의 나이 불과 12살 때 일이다.

맥, 아이폰이 혁명적인 인기를 끌고 잡스의 Identity가 워낙 독특하니까 이 브랜드가 유명해진 거다. 맥, 아이폰, 스티브 잡스를 우리 기억 속에서 강제 삭제 시키고 이 심벌을 봤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 과일 가게 간판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Identity는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유전적 요소와 3세 이전에 부모로부터 받는 애정이 결합되어 기초적인 토대를 다지게 된다. 이후 후천적인 주변 환경과 부모의 교육 방향, 삶 안에서 만나게 되는 조력자 또는 특별한 사건등을 통해 Mission을 찾게 되면 그는 점차 Human Brand가 되는 길을 밟아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서술일 뿐이다. 사람의 운명이 모두 제각각이듯이 Identity를 수립하는 과정과 Mission을 찾는 전체적인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뒤섞이게 된다. 불완전한 Identity를 바탕으로 Mission이 세워지는 경우도 있고 Mission을 향해 나아가면서 Identity가 비로소 완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유전적 요인은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다만 3세 이전에 부모와의 기억에 문제가 생기면 Identit y를 형성해 가기 위한 기초적인 토대에 치명적 결함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3세 이전의 기억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아동기 기억상실’이라 표현한다. ‘아동기 기억상실’에 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주제인 데다가 민족, 문화, 국적, 교육, 도시 대 농촌 환경, 지능의 차이, 부모와의 심리적 유대관계, 기억 왜곡 요인 등 상당히 복잡한 변숫값들로 인해 다양한 연구 조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기 기억상실'에 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인문사회과학, 과학기술, 공학, 의학, 의료등 27,0 00개 이상의 고품질 논문 정보를 제공하는 Taylor & Francis 온라인의 21년 29호 Memory에 관한 캐럴피터슨 (캐나다 세인트 존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What is your earliest memory? It depends 아티클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분은 고맙게도 지난 20년 동안 ‘아동기 기억상실’이란 주제의 모든 자료들을 모아 분석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아이들의 표본도 포함되어 있다.)


한때 보육원 봉사 활동을 오랫동안 다니며 한 아이를 후원했던 적이 있었다. 웃을 때면 '브루스 윌리스'가 한쪽 입꼬리를 씩 하고 올리던 미소를 닮아 '윌리스'라고 불렀다. 후원인들이 아이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호천사의 날에 윌리스의 낮잠을 재우던 중 윌리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심하게 머리를 흔드는 버릇을 발견했었다. 윌리스의 머리 양 옆머리숱이 다 없어질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흔들었는데 마치 “엄마, 나 버리지 마요”라고 말하는 듯해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혹시나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싶어 보육원 선생님들에게 말씀드리니 아이가 시설에 올 때부터 이미 그런 버릇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영아 입양 마지막 해에 극적으로 입양되었다. 입양 이후의 이야기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기에 후원인은 이후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그저 축복을 빌어줄 뿐이다. 다만 입양 후 선생님과 담소를 나눴을 때 한마디를 기억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버려졌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요.”


수녀님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은 하나의 생체 컴퓨터 같아서 그 사람이 기억을 해내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3세 이전 부모와의 경험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는 말씀이셨다. 아이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던 기억, 쓰레기장에 버려진 기억등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 순간순간의 감정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살아간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아마도 일반적인 가정의 3세 이전 아이들 기억 중 8할은 엄마와 아빠 품일 테고 부모의 말과 행동, 정서적 유대관계들이 모두 그들의 마음에 ‘각인’ 되어 있을 것이다.


보육원 선생님과 수녀님들이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줄 만한 연구 결과를 두루 검토해 봤다. 연구의 방향과 논점은 각기 달랐지만 ‘사람은 분명 3세 이전의 기억을 갖고 있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내지 못할 뿐이다’라는 명제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살레시오회는 대림동에 6호 시설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전국에 걸쳐 다양한 유형의 불우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우리 수도회는 <성당, 운동장, 청소년>중 하나라도 없으면 세울 수 없다. 해서 3년 동안 많은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주말이면 지역 소년원이나 소년 교도소에서 교정 사목을 진행하고 방학땐 전국을 돌며 소년원 캠프도 진행했었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눴던 모든 아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유아기 시절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들로부터 훼손된 아이들이었다.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은 기억은 귀신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 성장을 방해하고 끊임없이 괴롭혔다. 스스로의 Identity를 고민하고 형성해 나가야 할 시기에 자신을 자해하고 훼손했다.


몸은 음식을 먹고 자라고 마음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몸은 자랐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부모의 사랑이 끊기고 학대받던 그때에 머물러 더 자라지 못했다. 당연하게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워져 있으면 미움, 증오, 분노, 불신, 절망, 좌절, 자기 연민 등이 쉽게 그 자리를 꿰찬다.

부모에게 이미 한번 배신당한 아이들은 어른들을 쉽게 믿지 못한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믿을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공들여 아이들의 마음 벽을 허물게 되면 아이는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애정을 그대로 내게 쏟아내며 '부모의 사랑'을 갈구했다.


하지만 이 또한 건강한 관계는 아니다. 부모로부터 채워졌어야 할 사랑이 마음에 충분히 채워져 있지 않으니 스스로 홀로 서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의 Identity에 대한 정의를 위임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가스라이팅'에 취약해진다. 사이비 종교나 조직폭력배, 조직범죄 집단들은 이런 결함을 가진 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그들의 취약점을 집요하게 이용한다.


이별 후 스토킹, 데이트 폭력 같은 비정상적인 사랑의 양태도 이와 같은 근본 결함으로부터 비롯된다. 배고픈 사람 눈앞에 갑자기 먹을 게 생기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 폭식하듯이 기본 토대에 결함이 있어 스스로의 Identity를 정립하지 못하는 이가 어느 순간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사랑의 대상에게 부모에게 받았어야 했던 사랑을 토해내듯 쏟아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모의 사랑'으로 답해줘야 하는 상대는 점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랑에 굶주렸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마음의 격차는 곧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걸 다 줬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버림받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는 마음은 점차 썩어 들어가게 되고 다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붙잡기 위해 귀신의 방법들을 불러들이다 곧 그 귀신들에 점령 당해 흑화 되어버리고 만다.


귀신의 Mission은 가능한 많은 영혼의 파괴다.

그 사람과 상대방, 상대방이 아끼던 사람들까지

모두 다 남김없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파괴해버리고 만다.


이와 같은 것들이 귀신의 Identity이자

육(肉)의 Mission의 발현이다.


요즘 악(惡)은

영화 속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프고 병든 마음에 들러붙어

마치 내가 살아가는 것처럼

기만하며 숙주를 조정한다.



★ 본 원고는 세 번째 출간 예정작인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의 초고입니다.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백년병원> 챕터 1의 심화 버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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