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오늘 새 글 준비하다 보니, 이 글을 <태초의 의사들> 연재에 엮어뒀네요. ㅜㅜ 하아... 딥빡, 대환장파티..... 이전 글은 소중한 댓글들 날아갈까봐 안 지우고 그냥 두겠습니다.
★ 모바일로 발행을 하다보면 연재 글에 엮이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브런치 시스템에서 몇가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어쨌든 이 글이 일반 브런치로 발행되어서 연재글에 엮이지 않았던 것을 늦게 발견했어요. <태초의 의사들>에서도 한번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해서 일단 다시 PC에 앉아 재발행합니다. 토일 캠핑을 다녀와서 PC앞에 앉을 시간이 없었네요. >.<
발행 취소한 다음에 다시 발행하면 연재 글에 엮여지는 옵션창이 아예 안 나오더라구요. 달려 있었던 댓글들이 넘 아깝고 달아주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긴한데... 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ㅠㅠ 제 마음은 더 찢어집니다.
헤라클레스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면 온 몸이 쇠사슬로 얽매여 절체 정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때에 그의 조력자가 그의 Identity를 각성 시키며 반복해서 묻는다.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헤라클레스는 마침내 자신의 Identity를 깨닫고 각성하여 12과업의 Mission을 달성해내는 여정을 밟게 된다.
결은 좀 다르지만 마블 히어로즈 시리즈물에서도 유사한 스토리 전개가 있다. 스파이더맨이 큰 힘엔 더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는 이모의 말에 자신에게 부여된 Mission에 관해 고뇌하고, 배트맨은 부모의 복수와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본인의 Mission속에 참 정의는 무엇인가를 고뇌한다.
실제 인간들의 다양한 삶 안에서도 Identity를 깨닫고 Mission을 달성해가는 삶의 루트는 다양하다. 조력자와 같은 특정 인물을 통해 각성되거나 죽음과 배신이라는 내 삶의 지축을 뒤흔드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각성되거나 드물지만 신의 음성을 통해서 각성되어 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영웅이 눈을 뜨고 진짜 자신의 Identity를 찾고 Mission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면 이때 부터의 삶은 차원이 달라진다. 인체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고, 나를 둘러싼 시간이 느려진다. 머리가 Mission을 향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서 킬링 타임으로 살아왔던 크로노스의 시간이 비로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변화된다. 소명 없이 죽어 살던 삶이 생명력이 펄펄 넘치는 살아 숨쉬는 삶으로 변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에 미쳐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지 않은가? 축구 경기를 볼 때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계속되면 언제 시간이 갔나 싶을 정도로 경기 시간이 짧게 느끼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반대로 예비군 훈련 시간은 얼마나 느리게 흐르던가?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시간은 같은 1시간이라도 너무 다르지 않던가? 이처럼 시간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 그것은 영화 속 영웅들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것 같은 혁명적인 힘이다.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실재(實在)의 힘인 것이다.
어느 날, 오스트레일리아 사랑의 선교회에 있을 때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사는 사람을 만났다. 청소한 지 오래 되어서 먼지로 가득한 집에 있는 남자에게 찾아갔다. 왜 등불을 닦지 않고 켜지도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 남자는 "누구를 위해 등불을 켜겠습니까? 여기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도 나를 만나러 오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나 혼자 있기에 등불을 켤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마더 데레사와 다른 수녀들이 그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그는 등불을 켰다. 몇 달 후 그는 죽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수녀님, 내 인생을 밝힌 불은 계속 켜져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마더 데레사의 자서전>(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드 씀/송병선 옮김/황금가지
수녀님들의 Mission이 먼지 구덩이 가득한 곳에서 죽어가던 한 사람의 Identity를 찾아주었고, 삶의 Missio n을 일깨워 주었다. 이제 이 사람의 이름을 수녀님들은 평생 기억해줄 것이다.
Mission에는 크기가 없다. 사소해 보이는 연탄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Mission을 불태우고 있다면 함부로 발로 차선 안되는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왔던 트럭에 다시 실려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찬란한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옴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발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매일 아침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Mission, 아침 저녁 택배 상자를 나르는 택배 아저씨들의 Mission, 빌딩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Mission, 공사장 먼지 가득 품은 아저씨들의 Mission,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어머님, 아버님들의 Mission, 청춘들의 Mission. 만일 그 Mission들의 사연을 하나 하나 알게 된다면 이들의 삶을 절대 함부로 대할 수도 함부로 평할 수도 없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어머님과 아버님이 부모라는 Identity를 깨닫게 된 뒤 부여된 ‘엄빠의 Mission’이었다.
★ 본 원고는 세 번째 출간 예정작인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의 초고입니다.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은 <백년병원> 챕터 1의 심화 버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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