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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얀 Apr 28. 2024

2장. 어른 왕자의 독백

어른 왕자 (여우의 영정 사진을 관객에게 보이지 않게 뒤집어 들고) 마치 여우를 잡아 먹기라도 한듯이 이를 쑤시고 배를 쓰다듬으며 등장해서 의아해하는 관객들을 쭉 둘러보면 (관객들이 웅성 웅성 대는 걸 보고)


어른왕자 : 아니,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상상들을 하는 거에요. 저 어린 왕자에요. 어린 왕자! 배가 이렇게 좀 나왔어도 어린 왕자라구요.


(바지 주머니에 한손을 넣었다 빼는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서 여우의 흰 털을 떨어트린다. 화들짝 놀래고 당황해하며 털을 한 구석으로 치워내면서)


아…….아니… 여러분들은 자기가 키우던 개를 잡아먹습니까? 이.. 이건 유…….유골함에 넣어두려고 가져온거고, (이쑤시개를 손에 들며) 이…이건…. 밥 먹었어요. 밥…. 뭐 어린 왕자니까 이슬만 먹는 줄 아시는데… 아니 뭐, 왕자는 밥도 안 먹습니까? 밥 먹은 거에요. 밥! 대체 무슨 상상들을 하는 거야.


(틀임을 한다) 끄윽…

(입을 닦아내고 머리를 다듬고,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여우의 영정 사진을 관객에게 보이게 졍면으로 든다.)


[아련한 느낌의 동심어리지만 슬픈 느낌의 BGM]


어른왕자 : 나를 길들여줬던 여우가 이제 무지개 다리 건너가 버리고 말았어. 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방의 마음 얻는 일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침내 그 마음을 얻어냈는데 여우를 위해 소비한 내 소중한 시간들이 이렇게 끝이 나버릴 줄이야. 어릴 땐 길들여짐의 끝이 이런 것이란 걸 몰랐어. 이럴 줄 알았다면 난 여우를 위해 시간을 쓰지 않았을꺼야 이제 난 대체 누구에게 길들여져야하지?


사막여우 : (목소리로만 등장) 왕자야


어른왕자 : ??? 사…사막여우??


사막여우 : 그래, 날 잊지 않고 기억해주어 고마워, 아마도 넌 파도가 밀려왔다 떠나갔다 하듯 가끔씩 내 생각에 눈물 짓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럴테야. 처음엔 선명하게 떠오르는 추억만큼이나 널 많이 아프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희미하게 흐려져가며 상처도 점차 흐릿해져갈꺼야.


어른왕자 : (영정사진을 껴안으며) 아…아냐~!! 난 널 절대 잊지 않을꺼야. 절대로!! 널 잊지 않을꺼야.


사막여우 : (단호하게) 아니!…. 난 너가 너의 삶을 다시 뚜벅뚜벅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래. 더 이상 날 위해 네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음 좋겠어. 우리의 시간은 이제 매듭지어진거야. 더 이상 날 생각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마, 생과 사로 이미 묶여진 이 매듭을 다시 풀려고 하지 말아줘. 그런다고 내가 다시 살아 돌아가거나 우리의 시간이 다시 되돌려지는 건 아니야.


어른왕자 : 이제 난 더 이상 여우 따위는 길들이려고 하지 않을꺼야! 친구로도 만들지 않을꺼야. 이 세상에 이제 여우는 없어! 세상에 여우는 여전히 수만마리가 존재하겠지만 이제 여우는 그냥 여우일뿐이야. 너같이 맛있는 아……… 아니… 머…..멋있는 여우… 가 세상에 어디있어!!


사막여우 : (헛기침하면서) 흠흠흠흠…. 왕자야, 여행을 다시 한번 떠나보는 게 어때? 너, 그동안 이 행성에 너무 오래 있었어 이제 너의 다음 여행을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B612 행성을 떠나, 이제 너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떻겠니? 아마도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면 나에 대한 추억도 예쁘게 잊혀질테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또 다른 친구들도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어른왕자 : B612를 떠…….떠…….난다고?


사막여우 : 그래! 이제 B612 행성은 너에게 너무 작아졌어, 너 그렇게 배 나온 게 다 운동 부족이

라고 이제 더 큰 행성들을 향해 떠나보는게 어때? 난 진심으로 너가 너의 삶을 행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래


어른왕자 : B612를 떠나?


사막여우 : 어서 채비해, 곧 너를 다른 별로 안내해줄 철새 떼들이 올꺼야. 그리고, 너 주머니에 넣어둔 회중시계, 잘 챙겨둬, 여행 중에 단 한번 위기의 순간에 그 시계를 누르면 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멈추게 될꺼야


재깍 재깍 시계 소리가 커지면서 조명 아웃되고 [제주도의 푸른밤 BGM]


























PS.


브런치는

작가들에게 출판사 차리라고 했다고

나를 미워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작가들이 죄다 독립출판하면

자기들 BM이 훼손되니까요.


응원하기에서도 수수료 떼가면서





나원 참......

벌써 두번째다!!!!


이놈들아!!!!

작가들 응원하는 맘에

댓글 열심히 단 것 뿐인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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