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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얀 May 01. 2024

2막. 왕의 행성

희곡 <어른왕자>

[조명 in] [트롯트 노래 BGM 커졌다가 작아지며 ....]


무대 중앙엔 왕의 의자가 놓여있고, 의자 옆 테이블엔 커다란 모래시계가 놓여져 있다. 한편엔 앞엔 빨간색 2번 이기자, 티셔츠의 정장 바지를 입고 머리엔 포마드를 잔뜩 바른 중년의 남성이 노래에 맞춰 열심히 2번 이기자 춤을 추고 있다. 배낭을 멘 어린 왕자 등장한다. 춤을 추던 중년의 남성, 어린 왕자를 발견하곤


중년남성 : 아이고~!! 나의 돼지.. 아..아.. 아니. 백성님 (왕자의 손을 덥석 잡는다. 당황해하는 왕자)


왕자 : 아..… 근데 누구?


중년남성 : 기호 2번 이기자입니다.


왕자 : 네?  


중년남성 : 이기자입니다. 백성님, 여기 앉으세요. (왕의 자리로 안내한다)


왕자 : (머쓱해하며 불편하게 앉으면 남성은 왕자의 가방도 내려주고 옷도 털어주고 부산을 떤다.

내심 이런 환대가 불편한 왕자)


중년남성 : (왕자의 어깨도 주물러주면서) 아이고, 백성님, 뭐 불편한 건 없으신가요? 제가 집값도 내려드리고, 등록금도 0원으로 하고, 지원금도 빵빵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왕자 : 근데 아저씬 대체 누군데 본지 얼마 안 됐는데 뭘 이렇게 다 준다는 거에요.


중년남성 : 하하하하하하, 옷깃만 스쳐도 우리 표 .. 아… 아니.. 인연이라는 게 있는데 하하하하 우리 백성님, 불편한 게 있으면 뭐 다 해드려야죠.


왕자 : (독백) 예전에 어릴 때 여행할 때 만난 왕은 명령하기 바빴는데 이 사람은 좀 특이한 왕이네, 이렇게 자기 자리도 내어주고 말하면 뭐든지 다 들어주는 왕이라니…  


중년남성 : (왕자가 독백하는 와중에도 계속 어깨를 주무르고, 난리 부르스이다. 이내 왕자 눈치를 보다가 신발도 닦아주려고 한다.


왕자 : (기겁하며) 아…그 신발은 돼..됐어요. 뭐… 뭐든지 다 들어준다고 하셨죠? 그….그럼 일단 제가 오랜 여행 뒤라 배가 많이 고프네요.  빵이랑 우유를 좀 주시겠어요?


중년남성 : 빵! 우유!! 아, 네네 … 드려야죠… 암… 드려아죠… (여기저기 좀 살피다가 갑자기 왕자의 배낭을 뒤지더니 빵이랑 우유를 꺼낸다)


왕자 : 아.. 아니 저..저기요. 그건 제 가방이거든요? 그리고 그건 제 비상 식량이에요. 그걸 왜 꺼내요?


중년남성 : 아하하하하하하, 아니.. 빵이랑 우유를 .. 달라셔서..


왕자 : 아니, 그럼 알아서 사오시든다 구해오시든가 하셔야지. 왜 내 가방에서 꺼내요. 그걸


중년남성 : 하하하하하하하… (관객석들을 바라보면서) 아니, 우리 백성님들께 다 제꺼고 제꺼가 다 제껀데 내꺼 니꺼가 어딨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왕자 : 아니? 뭐.. 뭐라구요?


중년남성 : 여기 이렇게 빵이랑 우유. 드렸지 않습니까


왕자 : (어이없어 하며) 하아… 나 참.. 이거 완전 사… 기 (왕자의 입을 틀어막는 남자)


중년남성 : 쉬싯.. 여기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


왕자 : 웻퉤테퉤퉤퉤.. 왜 남의 입을 틀어막구 그래요. 그 정신없는 옷이나 좀 어떻게 해봐요. 전 장미꽃이랑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빨간색을 안 좋아한다구요.


중년남성 : (놀란듯) 아?? 빠…빨간색이 안 좋으십니까??? ….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퇴장)


왕자 : (독백) 와… 정말 뭐야. 저 사람… 완전 날강도네 날강도야 내 비상식량을 … 아니, 대체 여긴 무슨 행성인데, 이 모양이지?


중년남성 : (요란한 bGM과 함께 다시 등장, 이번엔 파란색 1번 이기자 옷을 입고 1번 춤을 추며 등장한다) 아싸 1번 이기자 이기자.. 안녕하세요~~~ 파란당 1번 이기자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왕자 : 아니, 아저씨… 아까 그 아저씨 아니세요?


중년남성 : 하하하하하. 그럼요. 접니다. 저 돼지.. 아.. 아니… 백성님은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이기자.. 이 이름 석자만 기억하세요.


왕자 : 와… 정말 이 아저씨 사…. 기 (다시 입을 틀어막는다)


중년남성 : 아니, 사람 이렇게 많은데서 자꾸 …!!


왕자 : 웻테테테테테, 아오.. 정말…. 왜 자꾸 남의 입을 틀어막아요!! (핸드폰을 꺼내며) 한번만 더 입 틀어먹고 그러면 내가 아주 인터넷에 올릴꺼야 인터넷에


중년남성 : 이..이……인터넷!!! (갑자기 머리를 급하게 매만지고, 브이자 손가락을 얼굴 밑에 대면서 기묘한 얼짱 표정을 짓는다. )


왕자 :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중년남성 : 하하하하하, 인터넷에 올리신다길래.. 제가 얼짱 각도로 이렇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왕자 : (한심해하며) 아저씬 정말 대책이 없네요.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듯) 정말 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이거죠?


중년남성 : (갑자기 표정이 급변하며) 아, 네네 그러믄입죠. 뭘 해드릴까요. (갑자기 웅변조로) 국민여러분!! 전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세요. 저 이기자만 뽑으면 집값이 내려갑니다~! 등록금이 0원 됩니다. 지원금도 빵빵하게 드립니다. 저 이기자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다 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왕자 : (눈을 반만 뜬채) 아저씨, 랩되요? 랩?


중년남성 : 랩?


왕자 : 네, 랩.. 저 MZ 세대라서 아까 하신 얘기 랩으로 좀 들어봤음 싶은데


중년남성 : (잠깐 당황해하며… 좀 머리를 굴리다가) 랩! 됩니다. 랩!! 되요 (비장한 톤으로 생수병을 든 채) 비트주세요.


[비트 BGM]


중년남성 : 요! 백성, 백성 백성 백성 여러분~! 베이베, 전 여러분이 원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결하는 해결사! 요! 기호1도 이기자 기호2도 이기자 맨~!! 나와 함께라면 집값도 내려 등록금도 내려 지원금은 올라! 올라 올라! 기억해 맨 이기자~! 세이 요~! 세이 요호호~! 내가 누구? 이기자~! (생수병 던짐)


왕자 : (어이없어하며 쳐다봄) 와… 정말 이 아저씨 대책없네


중년남성 : (정색하며) 아니, 왜 대책이 없어요. 내가 바로 그 모~~~~~든 걸 해결할 대책! 그 자체인데


왕자 : 대책이 아니라 주책이겠지 …


중년남성 : 아니, 이 돼지 새끼가 보자 보자하니까…


왕자 : 뭐…..뭐라구요~!!


중년남성 : 야! 너 인마, 내가 비위 맞춰주니까 좋으냐? 내가 인마 어! 저기 앉기만 하믄 너 같은 건 그냥 싹 다 삼겹살 해먹어버릴꺼야 아주 그냥..응~!!


왕자 : 와…. 킹받네… 아저씨 증말 크크루삥뽕이구만 … 왜 내가 그렇게 군싹돼지로 보여요? 내가 그렇게 맛있어 보이나본데 어디 저메추로 좀 더 주문 좀 받아줘봐요?? 주불해봐봐요 주불! 내가 여행 다 때려치고 함 찾아갈라니까


중년남성 : (막 당황해한다) 크크루삥… 뽕..


왕자 : 뭔 말인지 모르겠지? 그치?? 뭔 말인지도 몬 알아들으면서 뭐? (그러다 관객석 바라보며) 분위기 왜 이래… 아니, 설마… 여러분들도 뭔 말인지 몰라요? 여…여기 나만 20대야???


사막여우 : (voice로만 등장) 너도 20대로는 안 보여.


왕자 : 어, 여우야?


사막여우 : 어서 다음 별로 떠날 채비를 해야해.. 시간이 얼마 없어


왕자 : 뭐?


사막여우 : 응, 그래 너 거기 더 있으면 진짜 통구이 될 수 있으니까 빨리 여행가방 챙겨


[갑자기 축포 소리와 함께 빵파레 BGM이 울려퍼지면, 일단의 정장입은 남녀가 등장해 중년남성을 호위한다. 이들로부터 턱시도를 건네 받은 중년남성은 턱시도를 입고 이내 근엄한 표정을 하고 뒷짐을 지고 왕위에 천천히 오른다. 왕자는 축포 소리가 터질때부터 왕위에서 살금 살금 내려와 가방을 챙겨들고 조용히 퇴장하고, 왕은 왕위에 올라 거의 다 떨어져가는 모래시계를 뒤집어 들고 외친다]


중년남자 : 백성들아~~~~~!!!! 이 시간 동안은 이제 내가 왕이다~~~~~~!!!! 이제 난 뭐든지 다

할수 있다~~~~ 하하하하하하하


[허경영의 ‘내눈을 바라봐’ BGM이 울려퍼진다]









Ps.

저걸 22년 5월에 썼는데 진짜 입틀막이 재현될 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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