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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얀 May 06. 2024

<3막 : 9층>

꽁초대작전

씩씩거리며 등장하는 희열, 뒤이어 희열이를 부르며 따라붙는 은결


은결 : 희열아~! 희열아~! 잠깐 나 좀 봐


희열 : (은결이 소리는 아랑곳없이 초인종도 안 누르고 이젠 그냥 문을 막 두드린다. 쾅쾅쾅)

이봐요! 이봐요~!!


은결 : 야! 심호흡 좀 하고, 마음 좀 가라앉히고!!


(아까완 달리 경계심 없이 문을 비로 열고 등장하는 9층 사람, 초췌한 행색의 중년 남자다)


용환 : 아이고, 안녕하세요. 어서들 오세요. (예상 못한 환대에 당황하는 휘철과 은열의 손을 잡아끌고 거실까지 데리고 들어오는 용환)


은결 : 아, 저… 저기…. 아저씨 혹시…. 두분이 서로 아시...는 사이인가요?


용환 : 아이고, 알다마다요. 1층에 사시는 분, 아니세요? 쓰레기 버리면서 오다가다 하면서 많이 뵙고 인사도 나눴었죠. 언제 한번 술 한잔 하자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손수 찾아오시고 고마워요. 일단들 앉아요. 잠시만요


(잠깐 퇴장하는 용환, 은열, 희열을 쳐다보지만 희열은 전혀 모르는 모양새고, 그저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은결 : 마..많이 친해보이는데?


희열 : 아냐.. 난 처음 봐


은결 : 이.. 이 정도면 서로 많이 친한 사이 아냐?


희열 : 아, 정말 모른데도!!


용환 : 아이고, 내가 귀한 손님이 오면 줄려고 보관해둔건데 혹시 이런건 좀 먹을 줄 아시나?  

(뱀술을 꺼내들고 온다. 기겁하는 은결과 희열)


은결 : 이거 뭐… 뭔데!!


희열 : (복잡해 보이는 표정) 저,, 아저씨.. 제가 왜 여기 온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용환 : 아, 궁금하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한잔하면서 서로 궁금해하는 것들 이야기해가면서 친하게 지내는 거죠. 이웃사촌으로 (술잔에 술을 따라 건넨다. 무척 난감해하며 술잔을 받아드는 희열과 은결, 먼저 한잔을 원샷하는 용환) 캬… 좋다. 아 안주가 없구만


은결 : (희열에게 눈짓 둘이 일단 원샷은 한다) 아저씨, 담배 피우시죠?


용환 : 담배? 그래요.. 술자리에 담배가 빠질 수 없지.. (용환 잠시 퇴장한다. 희열과 은결 범인을 잡았다는 듯이)


은결 : 야, 봤냐? 이런게 유도 심문이라는 거야.


희열 : 너는 시험만 붙으면 정말 최고의 경찰이 될꺼야, 너 매번 시험을 못 붙어서 그렇지 운전도 기가 막히게 잘했쟎아. 무면허로


은결 : 야! 무면허는 무슨


희열 : 넌 옛날부터 이론은 약해도 실전에 강했어.


은결 : 야! 나 이론도 강하거든? 맨날 시험때마다 떨어서 그렇지..


희열 : 넌 영국에서 태어났어야 해


은결 : 영국?


희열 : 그래, 그냥 사립탐정 같은 거나 하면 딱인데


은결 : 사립탐정 같은 소리하네, 너 홈즈랑 왓슨이 우리나라 사람이면 뭔줄 알아?


희열 : 뭔데?


은결 : 흥신소 사장이랑 직원이야 임마! (다시 등장하는 용환)


용환 : 담배, 담배 한대 피웁시다. 담배는 창밖을 보면서 피우는 게 맛이지 이리들 와요


(의미 심장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용환을 따라나선다. 창밖에 기대 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려는 용환 그를 예의주시하는 은결과 희열, 하지만 용환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전자담배다. 당황하는 희열과 은결)


희열 : 아, 저기..아저씨. 혹시 연초는 안 태우시나요?


용환 : 연초? 아, 내가 전자담배로 갈아탄지가 좀 됐는데


은결 : 아니, 왜 전자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가끔 연초들 피우쟎아요!


용환 : 아니, 왜 담배들이 없으신가? 이를 어쩌지, 난 연초는 안 피우는 데…


희열 : (머릴 쥐어뜯으며) 아오, 정말…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때 세 사람으로 눈 앞으로 떨어져 내려가는 담배, 희열과 은결 떨어지는 담배를 쳐다보고 재빨리 위를 쳐다본다. )


은결 : 봐,,,봤어?


희열 : … 못 못봤어. 아저씨 혹시 봤어요?


용환 : 응 봤지.. 누가 담배를 매너없이, 이렇게 창밖으로 던져버린담


은결 : 어디서 던졌어요?


용환 : 아, 위에서 던졌지 어디서 던져요.


희열 : 위! 몇층이요???


용환 : 그건 내가 어떻게 알아요.


희열 : 아 봤다면서요.


용환 : 아, 보기야 봤지 근데 몇층에서 던진지 어떻게 알아, (잠시 뭔가 생각하다) 아, 이 사람들  내가 담배꽁초를 밖에 내던진줄 알고 찾아온거요?


은결 : 아, 그게


용환 : (그간의 태도가 돌변해) 이웃사촌인줄 알았더니, 이웃 웬수구만, 당장 내집에서 나가요.


희열 : 아니, 그게 제보가 있어서


용환 : 제보? 난 전자담배를 피워요. 꽁초를 애저녁에 밖에 버릴 일이 없는 사람이라구요.


은결 : 죄송합니다. 윗집에서 가끔 담배를 피우신다길래


용환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윗집?


희열 : 네, 윗집에서요. 저희 밖에서 담배꽁초 버리는 걸 봤는데 분명 10층 즈음에서 버렸거든요. 그래서 10층에 갔더니, 거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고, 아랫집에서 담배를 가끔 피운다길래


용환 : 나원참. 그냥 가만히 참고 살아주니까 진짜 가마니인줄 아나. 내가 그동안 그렇게 시끄럽게 구는데도 여태 참아줬구만 나를 이런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고가? 같이 한번 올라가봅시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이길래 이렇게 못되먹을 수가 있는지, 이 참에 그간 소란스럽게 했던 것까지 같이 한번 따져봅시다.


은결 : 아, 그동안 많이 시끄러웠었나봐요?


용환 : 시끄럽기만해? 뭘 맨날 집어던지고 부수고, 아오, 남의 가정사 상관할 일 아니지만 뭘 그렇게 맨날 쌈박질들을 해쌓는지


희열 : 쌈박질이요? 혼자 살지 않아요? 우리한테 혼자 산다고 했는데?


용환 : 혼자 산다고? 혼자 사는데 그렇게 시끄러운거면 정말 미친년인거요.


은결 : 음…… 미친년 같긴 했어요


희열 : 아이고, 뭐 냄새가 어쩌고 할땐 언제고?


은결 : 아, 예쁜 미친년


용환 : 예쁘면 그냥 다 괜챦을 줄 알지. 그 속에 뭐가 있는 줄 알고, (그때 와장창 쿵창 하는 큰 소음이 위에서 들려온다.) 이거봐, 이거봐, 또 시작이구만 올라가봅시다. 아마 담배 안 피운다는 것도 다 거짓말일꺼요. (앞장서 퇴장하는 용환, 다시 또 큰 소음)


희열 : 와, 이런 소리를 다 참고 사셨어요? 아저씨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네요. (뒤따라 퇴장)


은결 : (혼자 계속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서 있다. 문득 테이블에서 라이터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라이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이내 주머니에 주워넣고는 뒤따라 올라간다)


<4막 : 다시 10층> 으로.....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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