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얀 Apr 30. 2024

<2막 1장: 10층 사람>

꽁초대작전


막이 열리면 요즘 아파트 문이 있고, 희열과 은결이 곧 등장하고 곧장 초인종을 누른다. 초인종 효과음이 울린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희열은 주머니를 뒤져 주민등록증 꺼내 아파트 초인종앞 카메라 앞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한다.


희열 : 저기요, 저 요 아래 1층, 105호 사는 염희열이라는 사람입니다. 아까 밖에서 담배꽁초 밖으

로 버리신 거 봤거든요? 잠깐만 나와 보시죠.


소희 :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여기, 여자 혼자 사는 집이에요. 담배 피우는 사람 없습니다.


희열 : (당황해하며 은결을 쳐다본다) 야, 10층 맞지 않아? 우리 3-4번도 더 세어본 것 같은데?


은결 : 응, 10층 맞아… (담배 꽁초를 살펴보며) 근데 꽁초에 립스틱이 안 묻어있긴 해


희열 : 집에서 립스틱 바르고 담배 피는 사람도 있어?


은결 : 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건 아니야


희열 : (잠시 생각을 좀 가다듬더니) 제가 다른건 다 좋아요. 담배 피우서도 됩니다. 우리 테라스에

떨어져도 좋아요. 내가 치워드릴께, 근데 불붙은 꽁초를 막 갖다 버리는 건 아니쟎아요. 한

여름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불은 제발 좀 끄고 버려주세요. (말이 다 끝나기

도 전에 갑자기 문이 열리며 맹인용 지팡이를 들고 여자가 등장한다. 놀랍게도 소녀는

앞을 못 본다. 그런 소희를 보며 당황해하는 은결과 희열)


소희 : (희열 일행 앞에 발신기를 흔들어 보여준다. 하지만 앞을 못 보기에 엉뚱한 곳에서 흔들고

있다.) 전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어서 혹시나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경찰이 달려오

게 되어 있어요. 그쪽이 조금이라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면 역시 이 버튼을 눌러 경찰을

부를 꺼에요. 무슨 얘기든 좋으니, 용건만 간단히 예의 있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은결 : (은결은 이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례를 저질렀네요. 층수

를 착각했나봐요. 다른 층으로 가보겠습니다.


희열 : (은결이 말을 가로막으며) 저…. 정말 담배를 안 피우십니까?


소희 : (엷은 미소를 띄우며) 원래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의 80%는 비흡연자라는걸 모르시나 보네요.


희열 : 네?


소희 : 고대 인디언들은 함께 모여 담배를 나눠 폈어요. 그들은 영혼 속의 번뇌와 고뇌의 찌꺼기

가 연기가 되어 나와 자연 속에 흩어져 소멸된다고 믿었죠.


희열 : 저, 저희는 인디언은 아니고, 대한민국 성인입니다만 …


소희 : 아직 이해 못하시겠어요? 담배의 하일라이트는 내 한숨의 연기를 보며 위안을 얻기 위한

행위인데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이 담배를 즐길 수 있겠어요?


은결 : (속삭이며) 야, 가자.. 우리가 잘못 셌나봐


희열 : 아냐, 여기 확실해, 내가 언제 셈 틀리는 거 봤어? (소희를 돌아보며) 담배를 안 피우시는

사람 치고는 담배에 대해 해박하시네요. 그럼, 아까 10층에서 담배 버린 사람은 누구에요?


소희 : 누군가의 한숨이자, 누군가의 번뇌겠죠. 아무튼 저는 아니에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희열 : 아니, 이봐요


소희 : (희열 쪽으로 발신기를 들이밀지만 실은 은결이 쪽이다.) 선 넘지 말라고 했죠?


은결 : 아, 네네 전 아주 선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희열 : (답답해 죽을 표정이지만 소희가 알려준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며) 부탁이 있습니다.


소희 : 선을 넘지 않는 부탁이라면


희열 : 그 손! 검지와 중지 사이!!! 냄새 좀 맡아봐도 될까요?


은결 : (화들짝 놀라며) 야, 이 미친놈아, 니가 무슨 학주냐? 그냥 가자, 너 이거 선 넘어도 한참

넘었어


소희 : (지금까지 교양 넘치는 태도에서 180도 바뀐 모양새로 핸드폰을 들고는) 경찰이죠? 여기

왠 손가락 페티쉬 환자가 집 앞까지 찾아와 제 손가락 냄새를 맡게 해달라고


은결 : (지금까지 잘 지키던 선을 뛰어넘어, 소희의 전화를 낚아채고는) 아이고, 아닙니다. 전화 잘

못 걸었습니다. 네네, 죄송합니다. 아니이, 갑자기 막 경찰에 전화하고 그러면 어떡해요? 저

희가 그냥 내려갈께요. 잘못했습니다.


희열 : 야! 내려가긴 뭘 그냥 내려가!!


은결 : 야! 나 경찰대 들어가야돼!! 조그만 전과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소희 : (맹인용 안내 지팡이로 희열이의 머리를 치며) 선? 한~~~~~~참 마~~않이 넘으셨네요?


희열 : 아! (은결을 쳐다본다)


은결 : (은결 화들짝 놀라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며 희열의 머리에 지팡이를 내려서 원래 자리로

내려둔다) 아아아아아, 죄…죄송합니다. 선! 넘지 않겠습니다. 저희 이만 내려 가볼께요~!


(은결이 희열이를 끌고 나가며 같이 퇴장하려는 찰나 소희, 희열 일행을 다시 부른다.)


소희 : 아, 근데 아래층은 담배를 피우는 것 같더라구요.


희열 : 그래요?


소희 : 네, 가끔 담배 연기가 바로 아랫층에서 올라올 때가 있었어요.


은결 : 거봐, 우리가 잘못 본 거였다니깐 일단 가자!


(희열, 은결 퇴장하면 소희 가만히 서 있다가 음산한 분위기의 BGM이 깔리고)  


소희 : 원래 앞 못 보는 사람들은 담배를 안 피우지, 나중에 앞 못 보게 된 사람들은 피울 때도

있어 (문 닫고 들어가면 조명 아웃되고 음산한 분위기의 BGM은 점점 더 커진다. )










ps.


이제 댓글은

찐으로 남기고

싶은 글에만

남길래요.



이전 02화 1막 2장_희열과 은결, 1층 테라스 밖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