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대작전 1막 2장
<명랑한 BGM 페이드 아웃 되면서 밤이 됐음을 알리는 귀뚜라미 효과음들이 들린다. 막이 열리면 장면이 바뀌어서 밤중의 아파트 산책길이고, 백드롭에는 아파트 전경이 펼쳐져 있다. >
밖에서 집을 바라보는 희열과 그의 친구 은결, 뭔가 수사반장이나 탐정 같은 복장으로 나온 은결이 추리를 시작한다.
은결 : 매번 같은 장소, 같은 위치에 떨어졌단 말이야. 이 아파트가 30층이니까 고층에서 떨어트리면 바람 같은 게 불수도 있고 변수값이 많으니 위치가 달라야하는데 매번 같은 위치 같은 장소에 떨어졌단 얘긴 10층 이상은 아닐꺼야. 그리고 윗층으로 갈수록 평수가 커지니까 그럴리가 없어
희열 : 펴…평수?
은결 : 응, 평수가 넓은데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족을 유지할 확률이 높고 가족을 이루고 있다면 식구들 눈치 때문에 담배를 이렇게 테라스에서 맘대로 피울 수 없지. 아무리 테라스에서 담배를 핀다해도 담배 연기가 조금은 집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니
희열 : 오, 뭔가 묘하게 설득적인데..
은결 : 근데 담배가 바뀐다고 했지?
희열 : 응
은결 : 그렇다면 나이는 많아야 30대 후반
희열 : 아니, 담배 바뀌는 거랑 나이는 뭔 상관?
은결 : 담배를 바꾸는 건 아직 특별한 취향이 없다는 거야, 나이 많은 사람 담배 안 바꿔
희열 : 아니,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냐? 그리고 첫꽁초랑 두번째 꽁초 다른 사람이 수도 있쟎아?
은결 : 음… 아냐 아냐.. 너, 첫꽁초 두꽁초 둘다 같은 위치에 떨어졌다고 했지?
희열 : 응
은결 : 같은 사람이 같은 층에서 담배만 바꿔 핀거야.
희열 : 이야… 이렇게 똘똘한 애가 왜 여태 경찰대를 못 간거냐?
은결 : (급당황) … 그 얘길 갑자기 왜, 추리에 확신 떨어지게…
희열 : (순간 공중을 쳐다보며) 어어어,, 저기 봐봐봐
은결 : 응? 어어어? 담뱃불이다!!!
희열 : 그치?
은결 : 층 세봐봐봐 하나, 둘 셋, 넷, 다섯, …. 10층이네 10층이야
희열 : 오호,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휴대폰을 들고 찍기 시작) 창밖으로 던지기만 해라잉.
넌 바로 현행범인 거야..
은결 : 잘 찍어, 녹화 버튼, 제대로 눌러둔 건 맞지?
희열 : 그럼마, 난 뭐든 한번에 제대로 해, 대학도 재수 않고 바로 들어갔는데
은결 : (본인이 경찰대 입시 여러번 응시하는 재수생인 걸 갖고 얘기한 것 같아 기분 나빠하며)
응, 맞아 넌 옛날부터 재수 없었지
희열 : (은결일 돌아보며) 아니이,,, 너 놀릴라 한말은 아니고
은결 : 어어어어~! 던졌어 던졌어…. (강풍이 부는 효과음이 나고, 둘의 시선이 옆집 1층으로 돌아
간다)
희열 : (영화 신세계 최민식 대사 패러디) 아,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은결 : 음. 10층은 아니야
희열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바람이 불어서 그렇지 바람만 안 불었으면 우리집으로 떨어졌을
각돈데?
은결 : 아니야, 어쨌든 너의 집 화단으로 떨어진건 아니쟎아 옆집으로 떨어졌지.. 너가 입은 피해
가 아니라서 너의 피해를 주장할 근거가 없어
희열 : 나원,,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딨냐? 일단 테라스 밖에서 담배 피우고 던지는 놈이 우
리 아파트 라인 위에 있단 건 확인한 거 아니야, 가자 저 꽁초 주워서 10층 쳐들어가자
은결 : 어어어, 안돼, 너가 도리어 무단침입죄에 걸릴 수 있다고
희열 : 가만 있어봐봐 (나무젓가락을 들고 옆집에 떨어진 꽁초를 주워와 자기 집 테라스에 던져둔다.
그리고는 주기도문을 외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은결 : 너 뭐하냐?
희열 : 됐어, 가자 10층 (담배꽁초 주워들고 퇴장)
은결 : 야!! 야 임마~!!
(두 사람이 퇴장하면 사건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느낌의 BGM이 이어지면서 조명 디졸브되다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