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얀 Mar 27. 2024

'돈의 속성'이 출판 시장을 지배하는 세상

Part I. 모두까기 Chapter 1

올해 초만 해도 교보 문고를 접속하면 메인에 ‘돈의 속성’이란 책이 줄곧 걸려 있었다.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왕 지사 책을 냈으면 잘 팔려야할 테고, 서점이라는 플랫폼 역시 많이 파는 책을 밀어주는 게 당연지사 겠지만 우리나라 대표 서점, 메인 창에 줄곧 걸려있는 베스트셀러 책이 ‘돈의 속성’ 이라니, ‘돈의 속성’을 정말 모르는가? 만족할 줄 모르는 끝없는 탐욕의 결정체인 돈, 그 ‘돈의 속성’ 때문에 온 세상의 사회 문제와 경제 문제, 자원 문제, 전쟁, 기아, 난민, 기후 위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문제들이 ‘돈의 속성’으로 인해 탄생했는데 그런 ‘돈의 속성’에 관한 얘기는 한 줄 없는 ‘돈의 속성’이 이 나라의 베스트셀러라니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 책의 실제 내용은 한 자산가의 돈에 관한 나름의 생각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돈의 속성’이 실제 책 제목으로 더 명확할 것이다. 


이 책의 전신은 ‘김밥파는 CEO’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김밥파는 CEO’ 출간 초반에 당시 내가 속해 있던 회사에서 저자의 직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저자는 강의 초반에 강의를 듣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은 5%도 안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거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뜨악 했었다. 5%라는 통계의 근거도 애매했지만 강사의 로직 대로라면 책을 읽고 비판적인 생각 또는 다른 관점의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95%의 사람들은 게으르고 가난한 루저가 되는 셈이었다. 


이런 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책을 읽고 나서 그대로만 따라하면 마치 나도 큰 부자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부는 유한한 자원인 터라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순 없다. 심지어 부의 기준도 저마다 제각각이고, 부를 통한 성공이란 것도 제대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데 본인 삶의 루틴만이 성공의 지름길인양 제시하는 게 인간 개조를 강요 받는 것 같아 강의 내내 꺼림직 했다. 미국에서 김밥으로 성공한 수천억대 자산가라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 고국에 돌아와 공짜 강의를 하며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책도 그렇게 새로울 게 없는 내용들이었던 데다 당시엔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것만도 벅차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그가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브랜드를 자주 오가던 강남 한복판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워낙 시스템을 강조했던 터라 꽤 유심히 지켜봤다. 샐러드 집이었는데 시스템 이전에 손님이 너무 없어 금새 망하겠다 싶었다. 머지 않아 뜬금없이 꽃을 팔기 시작하는 걸 보며 곧 접겠다 싶었는데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 브랜드의 탄생과 소멸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역시 거품이 많았구나 싶었다. 그렇게 ‘김밥 파는 CEO’는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요즈음 그 책의 후속편인 ‘돈의 속성’이란 책이 벌써 30쇄를 인쇄했다고 한다. 돈은 이제 벌만큼 벌었다던 사람이 뭐가 아쉬워 30쇄까지 인쇄했을까? 당시 한국에서 새로운 샐러드 시스템으로 사업을 크게 일으키겠다던 야망 넘치던 저자는 결국 본인 책을 30번이나 우려먹는 출판사업가가 됐다. 이젠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사실 이 책 뿐만이 아니다. '돈'을 주제로 다룬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책의 진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 본 원고는 세번째 출간 예정작인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의 초고입니다. <Mission, 카이로스의 시간>은 <백년병원> 챕터 1의 심화 버전으로 기획 되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