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오늘은 오후에 쌍둥이들 건강검진을 하러 가려고 엄마가 연차를 썼다. 병원에만 가는 거라면 시간상 오후 반차만 쓰면 되는데 맨날 퇴근 후 아이들 먹을 밥이랑 반찬을 만드느라 엄마가 피곤하고 잠이 부족해서 오전에는 잠을 조금 자려고 연차를 썼다고 한다.
엄마가 회사를 안 가는 날이긴 한데 공교롭게도 쌍둥이들이 평소보다 많이 늦게 일어나서 아침 7시가 돼서 거실로 나왔다. 엄마가 나름 지키려고 하는 게 아이들이 스스로 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려 주려고 한다. 강제로 깨우는 게 안 좋다고 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실천하는 중이다. 덕분에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면 아침에 해야 할 일정들이 밀려서 많이 바빠진다.
평소에도 일어나는 시간보다 조금 늦어지면 할머니랑 삼촌이 마음이 바쁘다.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고 유모차를 태우기까지가 할머니와 삼촌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종종 아빠가 같이 하기도 한다. 순순히 할 일을 따라서 협조해 주면 문제가 없는데 아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거실에 나오면 맨 처음 해야 할 일이 잠자는 동안 빵빵해진 기저귀를 가는 건데 바로 갈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걸 이것저것 하다가 겨우 기저귀를 갈고 또 하고 싶은 거 하다가 하이체어에 올라간다. 중간에 기저귀를 갈고 맘마 먹으러 가자고 수시로 여러 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삼촌이 본 바로 며칠 전부터 쌍둥이들이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 말고는 열이 높다거나 기침이나 아픈 건 눈에 띄지 않았다. 남자아이도 콧물이 가끔 나긴 했지만 여자 아이가 더 심했다. 닦아줘도 금방 또 줄줄 흐르는 상태였는데 오늘 건강검진도 하고 어차피 병원에 가니깐 그때 진료도 같이 보려고 한다.
맘마를 먹는데 평소보다 잘 먹질 않는다. 조금 먹다가 안 먹고 놀다가 할머니가 맘마 먹자고 구워삶고 반 협박도 하기를 반복하는데 먹다가 말다가 먹다가 말다가를 반복한다. 밥 먹는 게 적극적이지 않고 시원찮다. 엄마도 대충 식사를 해결하면서 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여 준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영향이 큰 거 같은데 쌍둥이들이 또래보다 키가 더 작은 편이라서 잘 먹고 많이 먹어야 하는데 밥도 잘 안 먹고 반찬도 먹고 싶은 것 한 가지만 골라서 먹고 많이 먹질 않아서 어른들은 고민이다.
평소에는 7시 40분 정도면 아침 식사가 끝나는데 오늘은 8시가 넘어서 식사가 끝이 났다. 평소처럼 맘마를 다 먹지 않고 맘마를 더 먹을 의사도 없고 아침 먹는 식사 시간도 지나서 끝을 냈다. 다음 할 일은 아이가 둘이라서 엄마랑 아빠가 한 명씩 맡아 치카치카를 시킨다. 돌아가면서 엄마가 한 번씩 치카를 해주고 있는데 아이들은 매번 엄마랑 치카를 하겠다고 떼를 쓰고 울면서 고집을 피운다. 치카를 하는 중에는 칭얼대고 힘들다고 소리치고 울기도 하고 난리법석이다. 여자아이가 아빠랑 하는데 오늘은 삼촌이 치카를 잘하라고 손을 잡아주자 남자아이도 손을 잡아 달라고 해서 양손으로 두 명의 손을 잡고 무난하게 치카를 끝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손을 잡아준 효과는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울고 소리치긴 했다.
치카를 마치고 하이체어에서 내려주니 둘 다 주방 구석 응가존에 장난감을 하나씩 옮기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응가를 할 때 편안함을 느끼면서 응가에 집중하는 곳이 주방 구석이다. 장난감을 가지러 여러 번 왔다 갔다 한다. 장난감을 여러 개 쌓아두고 쪼그려 앉아서 응가를 시작한다. 응가를 마친 거 같아서 엄마가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엉덩이를 씻긴다. 들어가기 전에 바지를 벗기고 위에 옷이 젖지 않게 고무줄로 묶고 들어간다. 오늘은 세수를 하기 전에 응가를 먼저 해서 엉덩이를 다 씻기고 세수도 같이 시키면서 로션도 바르고 선크림도 바르고 나왔다.
이제 남자아이가 들어갈 차례인데 아빠가 씻자고 하니깐 엄마랑 씻으려고 한다. 할머니나 아빠가 씻겨주려고 해도 엄마랑만 하려고 한다. 엄마가 같이 있을 때는 무조건 둘 다 엄마랑만 하려고 해서 엄마가 일이 많아지고 출근 시간에 쫓긴다. 엄마가 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물기를 닦고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갈아입고 양말까지 신긴다. 오늘 아침은 늦어서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놀 시간은 없다. 아이들에게는 물기를 닦든 로션을 바르든 작은 일을 하더라도 쉽게 할 수 없는 큰 과제이자 숙제이다. 협조를 잘해줘서 무난하게 따라주는 어쩌다가 가끔 일어나는 일도 있긴 하지만 매번 쉽지 않다.
유모차에 타라고 반복해서 유도를 하고 아이들이 직접 올라가고 나서 신발을 신기고 평소처럼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으로 간다. 연차이지만 엄마도 회사에 출근하는 걸 보여주려고 같이 나갔는데도 엄마랑 안 떨어지려고 울었다. 아이들이 가고 엄마는 집에서 회사일을 조금 하다가 자려고 했다. 삼촌은 외출 후 낮에 들어오니 여자아이 신발이 놓여있는 걸 보고 여자아이가 집에 온 걸 알아차렸다. 여자아이를 재우려고 엄마는 방에 있었다. 할머니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오후 1시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여자아이가 열이 높고 기침이 심하다고 데려가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있을 때 물놀이를 안 시키고 선생님이랑 밖에서 있었다고 했다. 아침에는 열이 심하지 않고 미열 정도였고 기침도 많이 하진 않았는데 갑자기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상황을 보니깐 엄마가 점심을 못 먹고 여자아이 등을 두드려 주면서 아이를 재우고 있었다. 삼촌이 2시 30분~40분에 밥을 다 먹고 엄마보고 밥을 먹으라고 하고 잠깐 여자아이를 돌봐줬다. 엄마가 겨우 밥을 먹고 병원 갈 준비를 마치고 잠이 든 여자아이를 3시에 깨웠다.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잠도 얼마 못 자고 깨우니깐 계속 울고 짜증을 냈다. 진정을 시키려고 했지만 진정이 되질 않았다. 병원을 가야 할 시간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삼촌은 차에서 카시트를 하나 빼서 1층에 두었다. 처음에는 엄마랑 할머니랑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더워서 삼촌한테 병원 갈 때만 태워달라고 해서 여자아이랑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건강검진도 해야 돼서 평소 어린이집 하원 시간보다(4시 20분) 일찍 데리러 갔다. 할머니가 어린이집에서 남자아이를 데리고 나와 손을 잡고 걸어서 차에 탔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아이들이 덮고 자던 이불도 같이 챙겨 와서 가방이랑 이불이랑 트렁크에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선 자주 가는 병원인데 주차장이 없어서 매번 애를 먹고 있는데 오늘은 병원옆 갓길에 마침 자리가 있어서 삼촌도 같이 가주기로 했다. 아이들 한 명씩 손을 잡고 걸어서 병원으로 올라갔다. 운이 좋게도 환자가 아무도 없어서 우리가 첫 번째로 진료를 봤다. 우선 한 명씩 건강검진을 보고 진료도 같이 봤다. 여자아이가 병원에 와도 심하게 안 우는데 오늘은 아프면서 컨디션도 나쁘고 금방 자다가 깨워서 울고 난리가 났다. 겨우 진료를 마치고 1층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엄마랑 할머니가 아이들이랑 올라가고 삼촌은 1층에 두었던 카시트를 차에 다시 설치했다. 그리고선 원래 계획대로 발목 치료를 하려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한의원을 갔다가 집에 오니 남자아이는 거실에서 놀고 있고 엄마랑 여자아이는 방에 들어가 있었다. 저녁 맘마를 다 먹은 상태였다. 할머니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여자아이는 밥을 안 먹었는데 단호박을 줬더니 그건 먹어서 단호박만 먹었다고 하셨다. 남자아이는 밥도 먹고 단호박도 많이 먹어서 배가 볼록하게 많이 나온 상태였다. 많이 먹고 배가 너무 불러서 할머니한테 배가 아야 한다고 그랬다고 하셨다.
병원에 다녀온 후 아이가 아파서 케어만 하고 저녁만 준비해서 먹이느라 집안은 지저분한 상태였다. 삼촌이 남자아이랑 놀고 있고 할머니는 그제야 평소에 하시던 대로 어린이집에서 가지고 온 이불들을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하시고 아이들 가방에서 짐을 꺼내고 저녁식사 때 쓴 물병이랑 식판, 그릇들을 설거지하셨다. 그러다가 엄마가 다급하게 불러서 갔더니 여자아이가 토를 하고 있었다. 손수건을 받쳤는데도 부족해서 손수건을 더 갖다 주었다. 엄마 옷에도 토를 했다. 저녁에는 먹은 게 없고 단호박만 겨우 먹었는데 아깝게 그걸 다 토해버렸다. 기침이 심해서 누워서 등을 두드려 줬는데 그게 화근이었던 거 같다.
엄마가 여자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엄마도 옷을 갈아입었다. 토해서 지저분해진 손수건과 옷들을 화장실에 두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삼촌이 씻으러 갔다가 나오니깐 할머니가 남자아이를 재우고 난 후였다. 그제야 할머니가 대충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드셨다. 저녁을 다 드시고 아까 토해서 내놓았던 여자아이 옷이랑 엄마 옷이랑 손수건을 손빨래를 하셨다.
사정이 있어서 물놀이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물놀이를 해서 젖어버린 운동화도 빨아서 말린다고 밖에 뒀다가 예정에도 없던 비가 와서 다 젖어버려서 할머니가 다시 씻으셨다. 삼촌은 이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엄마를 도와주려고 아이들 아침 식사재료로 쓸 감자를 깎아서 찌셨다. 그러다가 엄마가 나와 여자아이를 봐달라고 부탁을 해서 봐주러 들어가시고 엄마가 아이들 요리를 했다.
근데 감자를 찌다가 냄비를 태워버렸다. 물은 적은데 불이 세서 그런 거 같다. 집안은 탄 냄새가 가득했다. 에어컨을 켜둔 상태였지만 아이들이 자는 방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들은 다 열고 환기를 시켰다. 감자는 타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줄 수가 없다. 밤 10시 20분이 넘었다. 엄마가 속상해하고 울상이었다. 엄마가 감자를 다시 깎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평소에 일찍 일어나셔서 주무셔야 하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삼촌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잠을 자고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할 일이 있는데 일찍 자는 건 포기했다.
할머니가 주무실 시간이 지나서 삼촌이 안방에 들어가서 할머니한테 주무시라고 하고 삼촌이 들어가서 여자아이 등을 두드려줬다. 아빠가 늦게 온 거 같다. 자고 있는 건지 거실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다음날 얼핏 들으니 술을 마시고 온 거 같다. 중간에 엄마가 들어와서 체온을 재고 38도가 넘어서 여자아이한테 해열제를 먹였다. 여자아이는 울고 안 먹으려고 버티다가 겨우 먹이고 재웠다. 삼촌이 엄마에게 주방에서 할 일도 다하고 씻고 오라고 12시까지는 봐주겠다고 말했다. 삼촌은 깜깜한 방에 여자아이 옆에서 등을 두드려주면서 여자아이가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엄마가 11시 45분쯤 방에 들어오면서 할 일을 다 마쳤다고 했다. 삼촌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방으로 가서 잠을 잤다.
오늘 하루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고 난장판이었던 집안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티가 전혀 나지 않는 평소와 같은 집안의 모습을 유지한 채 하루가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