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쌍둥이들의 삼촌은 갓난 아기 때 사진이 없다. 태어난 환경이 주위에 논밭만 있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홀어미)랑 같이 살면서 자식이 태어나도 사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삼촌이 찍힌 가장 오래된 사진이 5~6살 때 교회 앞에서 찍힌 사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초등학생시절 태어날 때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 친구나 사촌들이 부럽기도 하고 "나는 왜 없을까?" "내가 갓난아기라면 어떤 모습일까?" "나도 좀 찍어주지" 궁금하면서 서운한 감정도 가지긴 했었던 거 같다.
어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어쩌다 한 번씩 사진을 찍었는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디카(디지털카메라)를 사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많이 찍게 되었다. 필름 카메라일 때는 인화를 하기 전까지 어떻게 찍혔는지 알 수가 없어서 번거롭기도 하고 잘 안 찍게 되는 거 같은데 디카는 찍고 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해서 찍는 재미가 있었던 거 같다. 그러면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디카를 자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기도 하고 떠올리기 힘든데 사진을 통해 과거의 내 모습을 보면서 당시의 기억들이 새로 새록 떠오르게 만들면서 사진은 추억을 담고 있고 회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상의 모습들을 더 자주 찍으려고 했다. 어딘가 놀러를 가게 되면 100장이 넘는 사진을 찍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많이 찍었다고 해서 사진을 잘 찍는 건 아니었다. 그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고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공유도 하고 그게 좋았던 거 같다.
조카들이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문득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서 아이들이 커서 보여준다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으면 고마워하고 감동을 받기 때문에 삼촌도 그 입장이 되어서 감정이입을 해보니깐 "누군가가 나를 위해 오랫동안 나의 모습을 찍어서 선물로 준다면 행복하겠다"라는 공감을 하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마다 사진과 동영상을 자주 찍어주었고 1년 동안에는 의무적으로 더 많이 찍었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맘마 먹는 모습, 치카하는 모습, 잠자는 모습, 배밀이하는 모습, 기어가는 모습, 뒤집기 하는 모습, 장난감 가지고 노는 모습, 엄마 품에 안긴 모습, 아빠 품에 안긴 모습, 할머니 품에 안긴 모습, 옹알이하는 모습, 걸어 다니는 모습, 뛰는 모습, 함께 노는 모습, 옷 갈아입은 모습, 유모차에 탄 모습, 응가하는 모습 등 똑같은 모습도 반복적으로 물론 찍어 두었고 새로운 모습이나 환경의 변화가 있을 때도 다 남겨두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 자료는 컴퓨터 파일로도 보관을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만 담기도록 하는 밴드를 만들어서 거기다가 매번 올리기로 했다. 컴퓨터에만 보관하면 잘 찾아보지 않게 되지만 밴드에 담아두면 보고 싶을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촌의 처음 생각은 아무도 보여주지 않고 사진과 영상을 찍을 때마다 차곡차곡 밴드에 올려서 모아두었다가 아이들이 다 크면 짜잔 하고 보여줄 계획이었다. 그래서 밴드를 만든 지 초반 몇 달은 아무도 없이 삼촌 혼자 밴드방을 관리하다가 가족들한테도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서 밴드를 만들었다고 얘기를 꺼내고 아이들만 주인공인 아이들 밴드방에 초대를 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 영아 대화수첩이라는 걸 쓴다. 선생님과 엄마가 쓰는 수첩인데 하루동안 아이가 얼마큼의 수유나 식사를 했고 응가 횟수, 배변 상태, 수면 시간, 투약 시간, 가정에서 전달사항, 어린이집에서 전달사항 등의 이야기를 서로 공유를 하는 용도이다.
어린이집을 다닌 지 2년 차 때부터 삼촌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와 선생님이 수첩에 나눈 이야기를 남겨두었다가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1주일에 한 번씩 그 주에 썼던 내용을 촬영해서 밴드에 같이 올리기로 했다. 거기다가 어린이집에서 1주일 동안 아이들의 활동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리는데 그걸 다운로드하여서 밴드에 함께 올렸다. 1년 차 때는 올리지 못한 이야기들은 뒤늦게 1년 전 수첩을 꺼내서 찍으면서 밴드에 추가로 올렸다.
엄마가 한 달에 한번 정도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기저귀를 갈고선 몸무게를 잰다. 삼촌은 가끔씩 벽에 붙여놓은 키재기에 아이들을 세워두고 키를 쟀다. 밴드에 올리는 글에는 아이들이 잰 몸무게와 키도 날짜와 함께 매번 올려서 그 당시 아이들이 몸무게와 키가 몇이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고 그날 찍은 사진과 영상에 무슨 에피소드인지 내용도 간단하게 적어서 함께 올렸다.
아이들에게 공개할 밴드 개봉시기는 20살이 되면 보여줄 계획인데 고등학생 때라도 아이들이 원한다면 보여주려고 한다. 사진과 영상 업데이트는 20살 이전까지만 할 계획이고 밴드는 아이들에게 넘겨주고 그 이후에는 중단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