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무리를 앞두고 가슴 아픈 참사가 벌어졌다. 어떠한 생산적 활동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책상 앞에 앉았다.
나중에 수정하더라도 제목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 제목을 정하지 않으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가장 머뭇거리게 되는 부분도 바로 제목 정하기인데, 제목을 생각하려 애쓰다 보니 지난 몇 개월 글쓰기에 열심이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올해 있었던 큰 변화라면 결혼한 사람으로 배우자와 생활한 것,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생각나면 대부분 바로 실행에 옮기는 터라 그렇게 후회되는 일이 없다 자부했는데, 그 질문을 받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하나가 있었다. 대학 재학생이던 스물세 살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아일랜드로 떠나 타지에서의 삶을 경험한 것. 그것을 글로 남기지 않은 것이었다. 붙잡고 싶은 그때의 기억은 지금은 너무 아득하게만 남았다. 비슷한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아직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기록하는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고,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이 진실될까?'
'경험한 것이 아니라 확언인가?'
'알지도 못하면서 자만하고 있지 않은가?'
숙성되지 않은 많은 글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고 내가 거기에 일조하고 있구나를 느낀 순간, 글쓰기를 잠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재하고 있던 세 편의 글 중에 두 편을 서둘러 완결시켰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 구독한 작가들의 글은 평소보다 자주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쓰기 세상에서 나는 멈춰 있는데 다들 저만치 앞서 가는 것 같아서 모른 척했다. 알람이 뜨면 옆으로 스와이프 하기에 바빴다. 내 글이 일주일에 세 편씩 올라올 때마다 읽어주신 분들은 어떻게 그것을 다 읽고 반응해 주셨을까 -진짜로 읽어주신 분들에 한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 자신이 나에 대해 확신하는 것들 '시작하는 것에는 거침이 없다'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스케일이 크거나 잃을 것이 많은 일, 혹은 잃을 것도 없는 일이라면 계산기를 두드리다 돌아선 적도 있었다.
아직 완결시키지 않은 글은 '성공하는 독서모임 운영일지'다. 완결시키지 않은 이유는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배설하듯 쓴 글이 후회가 되기도 하고 아직도 그런 글을 생성할까 두렵지만 내게 왔던 많은 성찰은 지난날의 글쓰기를 통해 왔다. 2025년에는 무턱대고 실행하기보다는 내게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면서 때를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 내게는 '그냥' 하기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하는 것' 자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2024년을 보내면서 그동안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뭘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2025년에는 원하는 삶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과도 같은 확신을 한다.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과
유가족의 안녕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