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3-4시간 일하면서 적당히 쓰고도 남는 정도의 돈이 통장에 꼬박꼬박 꽂히는 것. '적당히'의 기준은 각자가 다르지만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이상적인 삶이다. 그래서인지 덕담처럼 접하는 말이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이 가능할까? '성공하는 자영이의 삶'의 연재를 시작하던 때만 해도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수입으로 귀결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사이트에 공지된 시간을 대폭 줄이고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짧은 시간 일하는 것으로도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직업 만족도가 높아졌다. 직장을 다녀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업무 외의 일들로 허비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한 시간만 일찍 퇴근해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4시간만 일한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집중력과 관련한 예로 '파킨슨의 법칙'을 소개한다. '파킨슨의 법칙'이란 어떤 일을 완수하는데 주어진 시간에 비례해서 업무의 중요성과 복잡성이 더 크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인식'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주어진 시간이 길면 사람들은 일이 복잡하고 힘들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반대로 한정된 시간 안에서는 자기 자신도 알지 못했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한 작가는 '마감 시간'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8시간을 일하면서 다른 일들로 사이의 시간을 채우는 것 vs 4시간을 일에 몰두하고 그 이후에 원하는 것을 하는 것.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 (work-and-life balance)을 원한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워라밸에 부정적이다. 전자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마음이고, 후자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5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고 지금의 초석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것만이 최선이었을까를 자문하면 9-6가 정답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물량을 판매하는 베이커리나 브런치 카페가 늘고 있는 추세가 그것을 말해 준다.
최근에 상업 지구의 많은 카페들이 문 닫는 시간을 당겼다. 우리나라도 워라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점점 더 일하는 시간을 줄여가게 될 것이다. 5년 전 주 4일제를 최초로 도입했던 기업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직원 만족도와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 없이는 존엄도 없다'는 페터 비에리 (삶의 격 저자)는 노동은 물질적 자립이라는 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 가능하다면 파이어 족 (경제적 자립 및 조기 은퇴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목표가 되는 사회 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