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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아래 Oct 16. 2024

아침이 오면 화장을 하자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힘든 너에게




올해 12살이 된 딸은 조용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는 게 너무 힘들어.'라고 말한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어떻게 계속 사냐고.


그 말을 들으며 역시 내 딸이군 생각했다.


어쩌니.. 사는 건 원래 힘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대신 나는 화장을 했다.


예전에 엄마가 하던 것처럼 거울 속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지나갈 거야.


니가 걱정하던 어제처럼, 하지만 아무 일 없던 어제처럼.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던 어제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새 계절이 올 거야.


너무 힘들 때면 어떤 계절도 영원하지 않고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그러니 다른 누구보다 너 자신에게 친절하고,


니가 사랑으로 돌보는 아기인형처럼 너를 대해야 한다는 것도.




이 이야기는 나처럼 자주 울었으며,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내 친구 Fran이 내게 해 준 이야기이다.


죽지 않고 살아서,


심지어 이렇게 멋지고 따뜻한 어른이 되어서 내게 해 준 이야기.


 멀리 바다 건너, 낮과 밤도 계절도 반대로 흐르는 그곳에서


내가 태어나기 15년부터 나와 친구가 되기 위해 기다려온 그녀가.


그래서 세상에 떠돌던 저 흔한 위로의 말들을


이번에는 진짜로 믿어보기로 했다.




엄마가 했던 것처럼


지난밤이 어땠건 아침이 오면 거울 앞에 앉아 찬찬히 화장을 하자.


우리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신의 손으로 빚어진 존재'들이고,


신은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하고, 힘든 날이 많겠지만


살아있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무수한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내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먼저 보아야 한다는 걸.


그건 평생에 걸쳐 더디게 이루어지는 일이라,


매일매일 나를 위해 작은 일을 정성껏 해보는 것 말곤


지름길이 없다는 걸.



어쩌면 화장, 어쩌면 글쓰기, 어쩌면 청소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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