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의식과 무의식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23화

by 양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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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심장에서 시작되고

머리로 끝난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건,

무의식의 한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하는가? 창밖에 내리던 비, 손에 들린 커피의 온기, 스쳐 지나간 눈빛. 우리는 종종 말한다. "첫눈에 반했다"라고. 하지만 그게 정말 첫눈에 사랑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 후의 감정이 그 순간을 마법처럼 바꿔놓은 걸까?


누군가는 사랑이 철저히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함께할 만한 사람,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 가치가 맞는 사람. 또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은 본능이자 무의식의 언어라고. 향기 하나, 목소리의 높낮이, 아무 이유 없는 끌림. 사랑은 어느 쪽일까? 의식일까, 무의식일까? 아니면 그 경계 어디쯤, 이름 붙일 수 없는 감각일까?


연인의 손을 잡는 순간, 그것은 결심인가 충동인가? 손끝이 닿기도 전에, 이미 심장은 속삭인다.

“이 사람을 사랑해.”

그때 우리는 모른다. 이 감정이 오랜 시간 스며든 결과인지, 혹은 우리가 감히 알 수 없는 깊은 본능의 울림인지.


비 오는 어느 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그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를 떠올린 걸까? 아니면 사랑이 조용히 무의식의 문을 두드린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속에 다시 살아나고, 잊지 않으려 했던 감정이 어느 날 조용히 휘발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사랑은 의지로 시작된다고 믿고 싶다. 함께할지 말지, 계속할지 멈출지, 마음속에서 수없이 묻는다. 하지만 어느 날, 이유 없이 부르게 되는 이름, 습관처럼 자꾸 돌아보는 방향, 거리를 걸으며 문득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 앞에서 깨닫는다. 사랑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때로, 우리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


기억도 마찬가지다. 어떤 얼굴은 기억을 더듬어야 떠오르지만, 어떤 감정은 무의식 깊은 곳에서 저절로 살아난다. 길거리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 우연히 스친 향기, 비 내리는 소리에, 사랑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 안에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한밤중에 꾸는 꿈이 있다. 그 사람과 걷던 골목, 함께 웃던 테이블, 혹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누군가. 눈을 떠도 마음이 먹먹한 이유는, 아마도 사랑이 의식과 무의식, 그 경계를 오가는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은 계산이다. 함께하면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그는 나를 아끼는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은 결국 우리를 선택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고른 것 같지만, 실은 사랑이 먼저 우리 안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야 안다. 사랑은 이성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미묘한 떨림이고, 우연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분명한 감각이다.


사랑은 의식과 무의식, 그 경계 어딘가에 존재한다. 때로는 계산 위에 놓인 감정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심장을 관통한다. 어디에서 왔든, 중요한 건 그것이 우리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흔들고,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살아가게 만든다.


그러니 묻는다. 지금 당신이 떠올린 그 사람, 그 마음은 당신이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 안의 무의식이 당신보다 먼저 그를 사랑한 것인가?


하지만, 어쩌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당신의 가슴이 지금, 그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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