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지금까지 있는지조차 몰랐던...... 새로운 세계, 새로운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나는 그곳을 알지 못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 리 호이나키,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中
순전한 마음으로 시작한 목사직과 사목 활동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에 균열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목사와 창업가, 사목과 사업, 이 둘이 여간 조화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만 해도 잘하기 어려운데, 둘을 해서 잘하겠냐는 자조에 찬 쓴웃음을 짓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괜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회의감에 휩싸입니다.
괜스레 외롭다는 생각에 서글픈 맘이 들지만, 이미 옛 선배들이 개척했던 순례길이고 지금도 어디선가 동료들이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금까지 옛 순례자들의 도움을 받아 걸었지만, 함께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되새기며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사목과 사업, 달라 보이는 이 일을 모두 잘 해내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무사히 수행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카미노 순례길을 걷던 리 호이나키처럼, 나도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 새로운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여기가 어딘지 어리둥절합니다.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어떨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하루하루 발을 디뎌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2022년 9월, 가을바람에 황금보리가 춤추던 가파도를 걸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잠 오지 않던 밤, 멍하니 남쪽 하늘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던 그날 저녁의 공기, 기분 좋던 적막함이 생각납니다.